대구에서 태어나 효성여자대학교(현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무화과나무 아래 그를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 소설집 『그녀들의 거짓말』이 있고, 2020년 「세 사람의 침대」로 제12회 현진건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2023년 아르코 문학 발표지원과 2024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학작품집 발간지원에 선정됐다.
집 앞으로 두 명의 형사가 왔다. 아이를 낳아 퉁퉁 부어 있는 내 얼굴에 대고 그 사람을 아느냐, 하고 물었다. 반정부 시위로 지명수배자가 된 그의 방에서 찾은 편지의 수신인을 찾아서 왔다고 하였다. 형사들은 연신 이상야릇한 웃음과 반말로 그의 행방을 물었다.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도 나는 어떻게 말했던가. 그의 행방을 알기는커녕 그의 구국을 위한 민주화의 열망이나 신념에 동조하지 않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내 말에 믿는지 믿지 않는지 모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형사가 돌아갔다.
그날, 비겁한 나를 보았다.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안간힘을 다 쓰면서도 다수의 것을 지키기 위해선 지독하게 인색한 나를 보았다. 무엇보다 두려움이 많고 고통에 취약하여 불의에 눈을 감는 엉망인 몸과 정신을 지녔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는 변명하기 위해서이다. 치욕적인 그날과 그와 유사한 많은 날들에 속수무책이었던 것에 대한 변명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소설 또한 서슬 푸른 공권력과 다르지 않아 조금이라도 안일하거나 무력하거나 방심하면 끌려가고 감금당하고 고문당하는 옥고와도 같았다. 그리하여 하루는 백기로 투항하였고 하루는 붉은 깃발로 저항하였다.
이런 개인사로 인해 나는 소설가와 혁명가와 구도자를 혼동하고, 정확히 말하면 혼동하길 원한다.
사랑의 언약을 지키느라 어두운 길 위에서 기다렸던 수많은 연인의 굽은 등을 기억하고, 일장기를 뭉개며 저항했던 한 신문사의 편집국장이자 소설가를 기억하고, 애국이 아니라 진실에 복무한 언론인이 있음을 기억하고, 제 나라 국민에게 총을 겨누라고 시킨 수장의 상을 거부한 명창이 있음을 기억하고,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고 권력에 굴종하지 않은 시인이 있음을 기억한다.
또한 치열하게 살았으나 욕되게 살 수 없어 벼랑에 몸을 던진 불꽃의 지도자가 있음을 기억하고, 강의 물길을 막는 것을 저항하느라 분신한 비구니가 있음을 기억하고, 그보다 더 오래전에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외치며 분신한 청년이 있음을 기억한다.
이 기억하는 힘으로 소설을 썼다. 이들에게 빚을 갚고야 말리라는 각오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