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M.Div.)을 공부한 후, 미국 미시간 청교도개혁주의 신학대학원에서 역사신학으로 신학 석사(Th.M.) 학위를 받았다. 청교도들의 신학과 경건에 오랫동안 애정을 품고 연구해 왔으며, 지금은 성경적인 교회를 꿈꾸며 미 동부 메릴랜드에서 새길개혁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동안 청교도 서적 번역에 매진하여 『십자가 아래서』를 포함하여 20권에 이르는 번역서를 출간했고, 저서로는 『365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매일 묵상』(세움북스, 2022), 『신앙 베이직』(세움북스, 2023) 외 『하나님의 슬로우 쿠커』, 『물 위를 걷는 베드로』, 『안식의 주일』 등의 설교집이 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공부하면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공부할 때 두 권의 책을 교과서로 삼았습니다. 한 권은 우르시누스(Zacharias Ursinus, 1534-1583)가 쓴 해설집이고, 다른 한 권은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설교자 께르스뜬(G. H. Kertsten, 1882-1948)의 설교집입니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유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지칠 때도 있었습니다. 읽을 분량이 많았고 내용도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따뜻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설교하면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설교자가 있을까요? 저는 교회에서 주일 오전 예배 시간에 격주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설교하는데, 아무래도 교리 설교의 특성상 교리(개념)를 설명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설교는 딱딱해지기 쉽고 교리를 교인들의 마음에까지 전달하는 일은 늘 요원하게 느껴집니다. 짧은 설교 시간에 그것까지 할 수가 없어, 묵상은 교인들에게 숙제로 내어 주고서 설교를 마무리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따뜻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위의 두 가지 질문을 가슴에 품고 고민하던 중에 문득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매일 조금씩 묵상하는 묵상집을 만드는 것입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내용을 기초로, 분량은 짧으나 핵심을 관통하는 묵상 글을 써서 교리 해설집이나 교리 설교의 보조 자료로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짧은 묵상의 글은 교리를 깊이 설명하지는 못하는 단점이 있으나 핵심은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고,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글의 흐름을 따라 생각하게 되어 교리를 스스로 묵상하는 자리까지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으로 이런 자료를 만들면 여러모로 유익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특별히 다음과 같은 분들을 생각하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묵상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잘 배우고 싶은 분, 교리 공부를 하고 있는데 왠지 교리가 딱딱하게만 느껴져서 힘든 분, 기질상 교리 공부가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교리 공부를 싫어하는 분, 교리 공부 책의 내용이 너무 깊고 자세하여 읽다가 지쳐서 포기하신 분, 교리가 머리에 쌓일 뿐 마음에 쌓이지 않아 답답하신 분, 주일에 설교로 들은 교리를 매일 묵상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실천하지 못하고 계신 분 등등. 누군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묵상 글로 펴낸다면 이런 분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가지고 2014년부터 묵상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글쓰기를 중단하기도 했지만, 2022년 초에 세움북스 강인구 대표의 출판 결정으로 용기를 얻고 집필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원고를 탈고하면서 저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교리를 배우고 싶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묵상하면서 유익을 얻는 것입니다. 교리를 딱딱하게만 느끼던 분들이 교리의 달콤함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기질상 맞지 않아 교리 공부를 피하던 분들이 교리 공부를 좋아하며 즐거워하는 자리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교리를 머리로만 배우던 분들이 교리를 마음으로 배우며 기쁨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주일에만 교리를 듣고 배우던 분들이 날마다 교리와 함께 사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참 좋은데, 설교를 듣거나 해설집을 읽어 보면 내용이 너무 많아서 다 이해하기도 어렵고 다 기억하기는 더 어렵다. 교리를 마음에 간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면 좋겠다.” 제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출석했던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교인이 저에게 들려준 솔직한 고백입니다. 한국 교회 안에도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좋아해 배우고 싶으나 그것을 배우는 과정이 힘들어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책을 사용하셔서 그런 분들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이 책의 구성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구성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총 129개의 문답을 52주로 구분해서 한 주간씩 공부할 내용을 정해 놓았는데, 그것을 그대로 따른 것입니다. 다만 한 주간에 공부할 내용을 주일부터 토요일까지 조금씩 나누어 묵상할 수 있도록 분량과 내용을 적절하게 구성하였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한 주간 분량을 한 시간 미만의 설교로 다 듣거나 책으로 다 읽는 것도 좋지만 날마다 조금씩, 그러나 깊이, 그리고 오래 묵상하는 것도 크게 유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내용을 한두 시간 안에 다 읽거나 다 듣는 것도 좋지만, 짧은 내용을 깊고 오래 그리고 꾸준히 묵상하는 것처럼 좋은 것은 없습니다.
이 책에 실린 묵상 글은 일종의 마중물입니다. 펌프로 물을 끌어 올리기 전에 펌프에 붓는 마중물의 분량은 적지만 마중물을 펌프에 붓고 펌프질 하면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게 됩니다. 이 책에 실린 묵상 글도 분량은 짧으나 우리 마음에 마중물로 붓고 진리의 영이신 성령 하나님의 인도와 도움을 의지하며 묵상하고 또 묵상하면, 샘물처럼 맑고 시원한 기독교 핵심 교리가 우리 마음에 끊임없이 흐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묵상 글의 분량이 짧은 것 때문에, 또는 내용이 바라는 것처럼 깊지 않은 것 때문에 실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마중물로 삼아 마음에 붓고, 묵상하고 또 묵상하시기를 바랍니다. 진리의 영이신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실 줄 믿습니다. 이 책에 실린 묵상 글을 깊이 묵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도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이 책에 실린 거의 모든 묵상 글은 저자의 짧은 기도로 끝이 납니다. 우리에게 말씀을 묵상하게 하신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반응을 기도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묵상 글을 충분하게 묵상한 다음에는 반드시 충분하게 기도하십시오. 시편 119편을 읽어 보면, 시편 기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고 순종하기 위해 집요하게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하나님께 매달립니다. 오늘날 우리는 얼마든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좋은 설교자들의 영상을 찾아보거나 유명한 책들을 찾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묵상과 함께 충분한 기도를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이 책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년 365일 동안 기독교 핵심 교리를 날마다 묵상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편이 제일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용도로도 얼마든지 사용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함께 모여 가정 예배를 드릴 때도 이 책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묵상 글 한 편을 읽고 함께 묵상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서로 대화를 나누면, 가족이 함께 기독교 핵심 교리에 든든히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소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소그룹의 경우에는 각자가 한 주간의 분량을 먼저 읽고 묵상한 후, 서로 모였을 때 각자 묵상한 내용(깨달음과 다짐 등)을 서로 나누면 많은 유익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인터넷의 발달로 그리스도인들마저 수많은 영상을 보고 듣느라 바쁜 시대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묵상하지 않고 스스로 기도하지 않으면서 그저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진리가 마음에 깊이 새겨지기 어렵습니다. 귀만 커지고 듣는 수준만 높아져 나중에는 더 자극적이고 더 수준 높은 것을 보고 듣기 위해 찾아 헤매는 비정상적인 상태에 이를 뿐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그리고 오래 묵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에게서 깨달음과 확신을 얻기 위하여 매달리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는 모든 독자에게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