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래드포드는 칠레의 좌파 시인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와 우체부 간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린 <일 포스티노 Il Postino>로 잘 알려진 감독이다. 영국인과 오스트리안인을 조상으로 둔 래드포드는 1950년 인도의 뉴델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 등을 공부한 그는 졸업 후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우 활동을 한다. 1971년 새로 설립된 영국의 국립 영화 학교 National Film School에서 영화과정을 이수한 그는 곧이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본격적인 영화 일을 시작한다.
1981년 <밴 모리슨 인 아일랜드 Van Morrison in Ireland>란 콘서트 다큐멘터리로 이름을 알린 랫포드는 2년 뒤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드라마 <다른 시간, 다른 장소 Another Time, Another Place>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감독 데뷔한다.
이 영화로 래드포드 주변에는 따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여기 저기서 제안도 많이 들어왔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이듬해 조지 오웰 George Orwell 원작의 <1984 Nineteen Eighty Four>을 연출한다. 명배우 리처드 버튼 Richard Burton의 유작이 된 이 영화는 미래사회에 대한 암울한 예견을 화면에 잘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이어 <다이애나의 두 남자 White Mischief> 등을 제작했지만 괜찮은 차기작이 없어 7년 동안 TV 연출을 하는 등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1994년, 래드포드는 순박한 집배원이 유명한 시인에게 편지를 배달해 주면서 자신의 순수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엮어낸 작품 <일 포스티노>를 만들어 전 세계 영화팬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집배원이란 이탈리아 말인 <일 포스티노>는 1995년 오스카 최우수 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베리만의 <외침과 속삭임 Cries And Whispers> 이후 외국 영화가 최우수 영화상에 오르기는 처음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를 소재로 만든 영화답게 시적인 정서에 탁월, 그해 본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을 받았고 집배원 역을 맡았던 이탈리아 국민 배우 마씨모 트로이시 Massimo Troisi는 영화의 개봉을 보지 못하고 사망,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일 포스티노> 이후 메이저 영화사에서 연출 의뢰가 끊이지 않았지만 랫포드는 4년 뒤 미국과 영국 합작 영화 를 제작한다. 로맨틱 범죄 영화인 는 아시아 아르겐토 Asia Argento, 제라드 호리스 Jared Harris, 루퍼트 에버렛 등을 캐스팅 해 만든 영화로 미국의 자본을 끌고 들어와 영국과 합작, 이탈리아에서 촬영했다. 흥행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랫포드 특유의 화면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