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프롤로그
사람이 시작이고 사람이 마무리라는 공식은 사람에 대한 믿음에 있다
한 사람이 태어나려면 하늘이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한 사람의 탄생은 하늘이 주관한 일이다. 사람의 일 중에서 사람을 다루는 일은 큰일이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일의 출발은 사람이고, 일의 마무리도 사람이다. 사람을 제 자리에 앉히면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해간다. 사람이 시작이고 사람이 마무리라는 공식은 사람에 대한 믿음에서 종결된다.
성인이 되어 첫 출발은 직장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1987년부터였다. 올해로 만 36년째다. 36년 직장생활 중 30 년을 인사(人事) 분야에서 일을 했다. 이른바 ‘인사쟁이’다.
직업에 오래 근무한 사람들에게 접미사‘~쟁이’를 붙여서 부른다. 어감이 얕잡아 부르는 것 같아 일반적으로 달갑지 않아한다. 내게는‘인사쟁이’라는 말이 반갑다. 오히려 정겹다. 남들이 나에게 무슨 일 하느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인사쟁이’라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돌이켜 보면 인사 분야 이외의 다른 일을 해 보고 싶었다. 몇 차례 다른 분야로 옮겨 보려고 시도했다. 잠시 다른 분야의 일을 해 봤다. 다른 일을 할 때 왠지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이내 어색했다. 나의 본래 자리로 되돌아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게 가장 맞는 일,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이 인사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들을 살펴보았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양한 회사들을 경험했다. 처음 회사는 국내 굴지의 그룹사였다. 완성차 대기업이었다. IMF 외환위기 후에는 당시 한창 벤처붐이 일 때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한 작은 스타트업 기업에서 잠깐 근무한 적이 있었다. 이후 외국계 기업에서 비교적 오래 근무하였다. 또한 기업들의 인사, 조직, 전략 등에 관한 조언을 해주는 컨설팅 업무를 잠시 했다.
국내 대기업, 소규모 벤처회사, 외국계 기업 등 다양한 회사에서 인사업무와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나에게 큰 배움의 장을 제공해 주었다. 다른 업종, 다른 조직문화에서 다양한 인사제도를 경험한 것은 개인적으로 성장의 기회였고, 나의 경력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흔히들 ‘인사가 만사(萬事)’ 라고 한다. 인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기업 현장에서 이 말이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생각만큼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인사가 다른 분야와 비교하여 몇 가지 구별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분야는 기계, 물건, 제품, 돈 등 무생물을 주로 다루는 데 반해 인사는 사람을 다룬다는 점이다. 무생물을 다루는 다른 분야는 표준화, 단순화, 자동화가 용이하나 인사업무는 그게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은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모두 생각과 행동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또 인사는 외부고객이 아닌 내부직원이라는 고객을 상대한다는 점이다. 흔히 영업에서 얘기하는 외부고객 만족을 위해서 기업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반해 내부고객인 직원 만족을 위해서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왜일까. 직원 만족이라는 것이 곧바로 회사의 매출이나 실적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성과를 측정하기도 어렵다.
인사업무에 대한 중요함과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인사부서나 인사부 직원들을 회사의 중요한 부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그렇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사업무를 하면서 때론 보람과 환희를, 때론 좌절과 상실감을 맛보기도 했다. 새로운 공장을 짓고, 운영할 대규모 인력 채용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을 때,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고 조직에 순조롭게 안착시켰을 때, 채용한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실력 발휘를 할 때 인사업무를 참 잘 선택했다며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경영악화로 어쩔 수 없이 인력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경우가 되거나, 어렵게 채용하여 미래 회사를 이끌어갈 인재로 키우기 위해 많은 교육투자를 하였는데 돌연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나는 경우, 노사 간 교섭이 결렬되고 쟁의행위로 이어져 생산이 중단되고 고객사에 납기를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때 말할 수 없는 아픔과 좌절,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다.
인사업무 한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었던 데에는 결코 나 혼자의 힘으로 불가능했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잃고 길을 헤맬 때 올바른 길을 인도하고 답을 제시해 준 많은 선배가 있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함께 고민해 주고 격려해 주었던 동료도 있었다. 어떤 목표를 향해 갈 때 기꺼이 동참하고 열정적으로 도와준 수많은 후배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모두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나의 스승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스승이 되어 나를 깨워주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직장인들은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좀 더 나은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늘 고민한다. 나의 직장생활도 늘 이러한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직장인의 고민에 대해 직장생활을 마감할 때쯤 꼭 한 번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법에 대해 투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책은 나의 지난 인사업무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직장에서 행복찾기’는 행복한 직장생활은 무엇인지, 그리고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해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들을 이야기하였다. 2부는 ‘행복한 직장생활 비법 찾기’는 행복하고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특히 인사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보았다. 마지막 3부는 ‘인사쟁이 따라하기’다. 오랫동안 인사업무를 한 경험자로서 인사에 대한 주요 쟁점들에 대해 평소 나의 생각과 의견을 제시해 보았다.
이 책이 오늘 이 시간에도 묵묵히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모든 월급쟁이 직장인들, 그리고 인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더 나은 인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칭 ‘인사쟁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사람은 하늘을 닮은 존재였고, 천국의 마음을 가진 존재였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다시 믿는다. 부족하지만 완성을 향해 가는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