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을 놓으며
유년기, 모처럼 온 가족이 두레상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밥상 앞에서까지 책을 읽으며 감으로 물김치를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입 안 가득 맵고 짠 질퍽한 고추장을 나는 눈을 질근 감고 삼켜야 했다. 식구들의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숙이자 엄마가 단호히 말했다.
“책을 읽지 않을래 밥을 먹지 않을래?”
배도 고팠지만, 책을 택하고 밥상머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 미련에 성인이 되어 잠깐 글방을 서성이다, 돌아선 내게 지금은 대선배님이신 선생님께서 어느 날 찾아오셨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단언을 하셨다.
“당신은 죽기 전에 글을 써야 할 사람이야.”
그때 나는 그 말씀을 가슴에 꼭꼭 묻어 두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잘 성장하여 내 최고의 응원군이 되었다.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에 이 나이가 되어 내가 책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나 보다.
세상으로 내놓기 부끄러운 글이다. 그러나 부족한 글이지만 징검다리 삼아 하나씩 놓으며 그 돌을 밟고 生의 강을 건너고 싶다.
그리고 책으로 들어가게 도와주신 선생님과 나를 응원해준 소중한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2023년 7월 중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