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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신형철

출생:1976년

직업: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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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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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22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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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민정에 대해 누가 물으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라고 자주 답했다. 사실이 그러하니까 한 말이기도 했지만 이런 속뜻도 담았었다. ‘만약 당신이 민정의 배려 때문에 행복했다면 그토록 바쁜 와중에 당신을 챙긴 것이니 더 고마워해주세요. 반대로 당신이 민정 때문에 서운했다면 쓰러질 정도로 바빠서 범한 실수이니 부디 이해해주세요.’ 도대체 그녀는 왜 그리 바쁜가. 유난한 욕심쟁이여서가 아니다. 그녀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직업적 야심 같은 것이 없는 사람이다. 부탁을 거절하는 데 단호하지 못하고 일의 경중을 재는 데 익숙하지 못해 그런 것이다. 저러다 문득 돌아보면 그 허무를 어찌하려나 함께 걱정했다. 그런 와중에 써낸 글들에서 일부만을 추린 것이 이 책이다. 나는 그녀가 무리한 연재를 떠맡을 때마다 의아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알겠다. 어느 글에서건 그녀는 과거로 쓸려간 생의 사소한 순간을 다시 붙들어서 그것이 모종의 의미로 빛나는 순간이 되도록 만들고 있었다. 이런 글쓰기는, 갑자기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밀려와 삶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민정이 필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방편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삶의 의미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문득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있는 힘을 다해 부여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이 글들 덕분에 지난 몇 년간 민정의 삶은 버텨질 수 있었으리라. 그렇긴 하다만, 이제는 민정이 덜 바빠지고 더 건강해져서, 경험을 의미로 바꾸는 이 경쾌한 산문의 춤을 앞으로도 오래오래 추면 좋을 텐데.
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제임스 우드가 읽고 쓰는 방식은 ‘오래 잊고 지낸 귀한 것을 다시 발견하는 듯한’ 아늑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그냥 잘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바로 이 사람처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0,710 보러 가기
저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 책의 ‘후기’엔 줄리언 반스의 『플로베르의 앵무새』(1984)의 ‘저자 노트’를 차용한 대목이 있다. 이는 이 소설이 반세기 전 유행한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에 제 뿌리를 두고 있음을, 특히 위대한 작가의 비밀을 탐구하는 외양을 취하면서 결국 인생 그 자체의 비밀을 성찰하는 소설들의 영향권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흘러간 옛노래처럼 보일 위험을 무릅쓰고 이 장르에 도전했다는 것은 오히려 이 젊은 작가가 가진 야망의 크기를 알려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 교양과 지식의 광휘를 걷어낸 뒤에도 그 중심에 견고한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가 버티고 있음을 보여줄 자신이 없다면 감히 착수할 수 없었을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때론 앎이 삶을 소외시키곤 하는 학계를 배경으로, 어떤 문장의 출처를 ‘알아내는’ 것과 그 문장의 깊은 뜻을 ‘살아내는’ 것은 다르다는 지혜를 노련하게 설파하는, 『파우스트』의 새로운 버전이다. 그렇다고 아카데미를 비판하자고 쓴 건 아니고 “진짜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하자는 소설인데, 나는 더 나아가, ‘읽고 쓰는’ 인간적 권리를 AI에 아웃소싱하는 이 자멸적 시대에 앎과 삶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사유하자는 취지의 소설로도 읽고 싶다. 아쿠타가와상을 “계획한 것보다 빨리” 받아버린 덕분에 23세에 그 상을 받은 훌륭한 선배들과 공통점이 생긴 그의 운명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축하와 기대의 마음을 담아 이렇게 적어보기로 한다: 오에 겐자부로, 히라노 게이치로, 그리고 스즈키 유이.
4.
  • 외딴방 - 출간 30주년 기념 개정판  Choice
  • 신경숙 (지은이)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 22,000원 → 19,800원 (10%할인), 마일리지 1,100
  • 4.6 (10) | 세일즈포인트 : 2,20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3,860 보러 가기
문학의 사회적 소명 중 하나가 재현의 공백 지대를 채우는 일이라면 이 소설이 한 여성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유신 말기 산업역군의 풍속화”를 그려낸 것은 큰 성과다. 그런데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작업이 ‘여공’ 출신 작가에 의해 수행됐다는 사실이다. 당사자만 써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만 쓸 수 있는 건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적 진실에 도달하려는 한 정신의 고투가 있었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한국문학사가 처음으로 경험한 문장들이 가세했다. 이 소설에서 내면과 문장은 상대를 부둥켜안은 채 치고받는다. 서로를 발견하거나 창조하고, 타오르거나 얼어붙는다. 그후로 이것은 하나의 문학적 기준이 되었다. 그게 익숙해졌다고 해서 사라지진 않는다. 흔히 간과되곤 하지만, 지난 세기에 탐구된 진정성의 윤리는 이번 세기에 폭발한 정체성 서사의 실천적 근원 중 하나다. 여공 서사에서 퀴어 서사로 이어지는 길은 외딴방 앞에 선 사람과 벽장 문 안쪽에 선 사람을 잇는 길이다. 제 진실을 가두어 고독해야만 했던 이들이 어느 날 그 문을 연다. 그게 문학이 세계 안에 한 세계를 열어 보이는 방식이다. 『외딴방』과 그 30년은 한 출판사의 것도, 1990년대라는 특정 시기의 것도, 심지어 그걸 쓴 개인의 것도 아니다. 그냥 문학의 것이다. 이것은, 문학이란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방에 유폐된 영혼들의 목소리이자 그에 대한 공감과 연대의 약속일 거라고 믿는, 한 편벽된 사람의 주장일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을 철회할 이유가 내게는 여전히 없다. _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1,340 보러 가기
“십수 년 전에 이 책을 읽고 제가 느낀 것은 낭패감이었습니다. ‘언어의 이주민’만이 가 닿을 수 있는 간(間)-문화적 통찰을, 이론과 개념이 아니라 관찰과 상상의 역량만으로 산출해서, 물처럼 흐르고 섞이는 무위(無爲)의 구조와 결정(結晶)처럼 투명한 문장으로 전달하는 책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모국어와 유착된 채로 살아온 이가 가진 사유와 표현의 능숙함이란 편협함의 다른 상태일 수도 있음을 자각했고, 그 자각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어 오랫동안 저를 간섭해왔습니다. 이 책이 더 온전한 모습으로 복간돼서 저는 다와다를 처음 읽은 그날처럼 설렙니다. 이것은 어떤 아름다운 것에 다시 상처 입기를 바라는 것과도 같은 이상한 마음입니다.”
6.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7,640 보러 가기
뭘 봐도 그의 것임을 알아볼 수 있는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라면 자기만의 언어를 하나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남들이 다 쓰는 공용 문어로도 이처럼 생각과 표현 사이에 어떤 미끄러짐도 없는 문장을 써내다니, 이 정도면 ‘영육靈肉의 바이링구얼’ 상태라고 해야 되겠다. 덕분에 나는 미디엄medium이 ‘영매’도 ‘매체’도 된다는 사실을 처음인 듯 곱씹고 있다. 이피의 작품과 문장은 공히, 그를 덮친 자연적 상실과 사회적 모욕에 대한, 영성적 자기-대화이자 매체적 자기-치유로 보인다. 그는 자기에 대한 영매, 무장한 치유자다. 어쩌면 이토록 아프게 건강할 수 있을까.
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0,620 보러 가기
누군가를 사회학자라고 규정할 자격이 사회학자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면,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김애란을 사회학자라고 부르는 게 사회학자에게도 그럴 테지만 김애란에게도 최선의 평가일 순 없다. 사회학만이 아니라 문학이라면, 재현은 표현으로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책에서도 ‘존재론적 단계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예리한 재현 역량이 ‘경제적 인간’의 내면을 탐사하는 표현 역량의 빛나는 지원을 받는다. R. G. 콜링우드에 따르면 남이 아니라 자신을 속이는 것이야말로 악의 진정한 근원이고, 좋은 예술은 공동체를 제 마음과 대면하게 함으로써 의식의 부패를 막는 약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안녕을 위해 김애란의 안녕을 기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이 책은 공부에 대한 책이고 더 중요하게는 배움에 대한 책이지만 결국은 삶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어떤 바람직한 삶의 모드를 체험하게 하는 생생하고 인상적인 예시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들을 통해 저자는 ‘지적인 삶’이 인류에게 주어진 특별한 선물임을 믿게 만든다. 포장을 풀기가 쉽진 않다. 그렇다고 선물인 줄도 모르고 포기한다면 그건 슬픈 일이다.
9.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9일 출고 
무엇이 최초의 소설인가. 소설을 역사적 맥락에서 근대성의 산물로 보는 이는 《로빈슨 크루소》나 《돈키호테》를 지목할 것이다. 장르/장치의 측면에서 내면성(inwardness)과 친밀성(intimacy)의 경험을 다루는 일관성 있는 화자의 허구적 산문으로 보는 이는 《겐지 이야기》의 기념비적 성격을 강조할 것이다. 이 모든 ‘임의적’ 규정을 다 내치고 서사성만 남기는 이는 기원전의 몇몇 서사시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이런 복잡한 논의를 딛고도 《시누헤 이야기》 앞에 ‘최초의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을까? 정치적 격변 앞에서 고국을 떠난 이가 그 선택이 신의 뜻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제 심층 동기를 혼란스러워하고, 생의 절반 이상을 디아스포라로 살면서 그 삶이 성공적일수록 가중되는 정체성의 혼돈을 견뎌내다가, 결국 귀국을 허락받아 돌아오되 여느 서사시와 달리 조금도 영웅적이지 않은 조촐한 자기 구원에 도달한다. 일부러 고유명사를 생략한 이 요약 서술은 지금 여기의 어떤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이 원형적인 화소(話素)를 음미하다 보면 4000년 저쪽의 어느 ‘호모 픽투스(homo fictus)’와 스산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옮긴이 본인에 의한 자기 평가만이 유일하게 가능해 보이는, 말 그대로 ‘독보(獨步)’적인 업적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1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김회연 「사랑은 눈 감고: 고명재론」 김회연의 「사랑은 눈 감고: 고명재론」은 좋은 의미로 ‘징그럽게’ 느껴질 만큼 능숙하다. 풀 때는 풀고(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조일 때는 조이면서(경쾌하게 단언하면서) 진행되는 글이라 큰 수고 없이 함께 일렁이다 보면 글이 끝나 있다. (……) 그의 후속 활동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11.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김회연 「사랑은 눈 감고: 고명재론」 김회연의 「사랑은 눈 감고: 고명재론」은 좋은 의미로 ‘징그럽게’ 느껴질 만큼 능숙하다. 풀 때는 풀고(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조일 때는 조이면서(경쾌하게 단언하면서) 진행되는 글이라 큰 수고 없이 함께 일렁이다 보면 글이 끝나 있다. (……) 그의 후속 활동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12.
  • 출판사*제작사 사정으로 제작 지연 또는 보류중이며, 출간 일정 미정입니다.
김회연 「사랑은 눈 감고: 고명재론」 김회연의 「사랑은 눈 감고: 고명재론」은 좋은 의미로 ‘징그럽게’ 느껴질 만큼 능숙하다. 풀 때는 풀고(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조일 때는 조이면서(경쾌하게 단언하면서) 진행되는 글이라 큰 수고 없이 함께 일렁이다 보면 글이 끝나 있다. (……) 그의 후속 활동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13.
  • 출판사*제작사 사정으로 제작 지연 또는 보류중이며, 출간 일정 미정입니다.
김회연 「사랑은 눈 감고: 고명재론」 김회연의 「사랑은 눈 감고: 고명재론」은 좋은 의미로 ‘징그럽게’ 느껴질 만큼 능숙하다. 풀 때는 풀고(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조일 때는 조이면서(경쾌하게 단언하면서) 진행되는 글이라 큰 수고 없이 함께 일렁이다 보면 글이 끝나 있다. (……) 그의 후속 활동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1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 오디오북이 아닌 실물 종이책입니다
  • 이 책의 전자책 : 10,800 보러 가기
오래된 이론이지만 노스럽 프라이에 따르면 네 개의 원형적 장르가 있다. 긍정적 변화인 ‘희극’과 부정적 변화인 ‘비극’, 이상에 대한 추구인 ‘로망스’와 현실에 대한 직시인 ‘아이러니’. 김금희 소설의 특별한 균형 감각은 이번 소설에서도 여전해서 그는 이야기라는 다면체의 무게중심이라고 할 만한 바로 그 지점으로 우릴 데려간다. 손열매가 배신감과 궁핍함이 겹쳐 우울증을 앓다가 완주로 떠날 때 우리는 힐링의 희극을 예상하고 소망한다. 그러나 과거에 큰 재난을 겪었고 이젠 개발을 둘러싼 갈등에 시달리는 그곳은 청정 구역이 아닌데 그래도 거기엔 강동경(‘어저귀’)이 있다. 못 하는 일도 없고 안 하는 일도 없는 슈퍼히어로 같지만 실은 그 패러디라고 해야 할 인물인데 왜냐하면 그는 가장 ‘사람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압력 때문에 그가 대변하는 이상이 퇴장하고 말 때에도 우리는 손열매가 제 삶을 비극으로 끝내지 않으리란 걸 의심치 않는다. 손열매가 강동경을 통해 경험한 것은 그저 연애이기만 한 게 아니라 일종의 회복임을, 그것이 어떤 ‘동경’의 ‘열매’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 동경 혹은 열매란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프라이는 위의 네 장르를 각기 사계절에 매칭하기도 했던가. 제목 그대로 이 소설이 다루는 건 여름이지만 우리는 사계절을 다 경험한 것 같다고 느낀다. 사계절, 그러니까 인생이라는 다면체의 다른 이름 말이다.
1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0,800 보러 가기
재난과 참사 앞에서 나는 ‘신을 용서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려면 어떤 이야기를 읽어야 할지 고민한다. 이 소설이 제시하는 답은 놀랄 만하지 않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이 원하는 답은 놀랄 만한 답이 아니라 당신은 따라 죽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는 답이다. 지난 백 년 동안 가족과 친구를 잃은 많은 이들이 제 고통을 이해하고 또 계속 살아가기 위해 이 책에 매달렸으리라. 인생은 변하지 않는다, 비극적인 부분일수록 더.
16.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9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2,240 보러 가기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 「선견자 고본」에는 멋진 수수께끼가 하나 들어 있다. 먼 길을 가야 할 때 그 길을 단축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정답은 지름길이 아니라 이야기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지루함을 없애기 때문에 여정이 짧게 느껴진다는 것. 인생은 여정과 여정과 여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우리에겐 언제나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게 OTT 서비스나 웹툰 플랫폼 등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이야기가 ‘전래(傳來)’한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그것들은 공공재로, 비경합적이고 비배제적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읽는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가 못 읽지 않으며, 이야기를 만드는 데 참여하지 않은 이도 읽을 수 있다. 그 이야기 중 상당수를 우리는 모른다. 한 번은 읽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다시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읽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많은 옛이야기가 오늘날 대중 서사 구성의 유력한 선택지 중 하나인 스테이지형 플롯을 이미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안전하고 따분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스토리가 울퉁불퉁하고 메시지도 불투명해서 오히려 흥미롭다는 것을, 과감한 신체 훼손 장면들은 뜻밖에도 천진하고 솔직해 보여서 그것을 폭력적이라고 느끼는 어른들에게만 유해하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는 벌써 잠이 들었는데 나는 책을 내려놓지 못한다. 이 책에 실린 많은 이야기를 나는 나에게 읽어주었다.
1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3,410 보러 가기
감정의 피라미드 꼭대기엔 고통(pain)있다. 주디스 루이스 허먼에 따르면 어떤 고통은 그 실재성을 의심받기 때문에(“정말 아프기는 한 거야?”) 그 고통에 이름을 붙이고 형상을 부여해서 공적 공간에 존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은 ‘연대’다. 피라미드 중간엔 슬픔(sorrow)이 있다. 스피노자는 우리가 슬픔과 같은 정념에 종속돼 있을 땐 그것을 명철하게 인식함으로써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슬픔에 분석적 언어를 입혔다. 이것은 ‘성찰’이다. 피라미드 아래쪽엔 기분(mood)이 있다. 그 어느 날과도,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난감한 기분은 적절한 단어와 정확한 비유로 표현될 때 비로소 내가 다룰(즐길) 만한 것이 된다. 이것은 ‘창작’이다. 존 케닉은 이 피라미드 위를 오가며 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묵묵한 위로, 자신의 슬픔을 위한 지적인 언어 처방, 그저 온갖 기분들에 대한 눈부신 시 쓰기. 케닉 씨, 이것도 명명해보세요. ‘구상은커녕 상상해 본 적도 없지만 읽으면서 뭔가 뺏겼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좋은 책 앞에서 느끼는 허탈한 쾌감.’
1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0,530 보러 가기
이 책의 중심에는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일, 즉 ‘사회적 비가시성(social invisibility)’에 대한 질문이 있다. 오랜 이민자 생활로 체득한 이 렌즈로 이훤은 우리의 사적·공적 삶을 들여다보고 어떤 진실들을 빛 속으로 데려온다. 이 주제만큼 돋보이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다. 초심자에게 권장되는 단문 쓰기는 실수를 피하자는 소극적인 전략이지만 이훤의 단문은 행간에 사려와 다정을 품기 위한 것이어서 ‘적극적 단문주의’라 부르고 싶어진다. 이상의 두 요소 중 전자는 사진 찍는 이훤, 후자는 시 쓰는 이훤이 스며든 결과물일 텐데, 이 책과 함께 에세이 쓰는 이훤도 우리에게 불가결해졌다. 몹시 깊고 아름다우니, 모두의 눈에 띌 거다.
19.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주머니가 아니라, 내용물을 꺼내려 하면 깨지고 마는 도자기여야 한다. 콘텐츠가 아니라 아트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서너 페이지에 한 번쯤은,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가, 그 자체가 목적인 아름다운 문장들 때문에 멈추는 일이 벌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응모작 중에 이 작품뿐이었다.
2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9일 출고 
비인간적인 시스템 속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오히려 유령, 괴물, 도망자가 돼버린다. 작가는 주요 등장인물의 전직을 취업 준비생, 대기업 사원, 남파 간첩 등으로 다채롭게 설정해 사실상 누구도 시스템의 덫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절박하게 선택한 마지막 도피처는 근대인의 자연 착취를 상징하는 동물원이다.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동물을 흉내 내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아이러니의 포맷은 통렬하다. 그런데 동물원에서 동물을 흉내 내며 살아가는 그들이야말로 비로소 인간애를 나누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작은 기적은 이 소설이 준비한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그래서 그들은 동물이 되어보고 나서야 다시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일어설 수 있게 된다. 누구는 콩고로 날아가 동물로의 완전한 귀화를 선언하고, 누구는 재취업에 성공하거나 혹은 시험에 합격하고, 또 누구는 곧 태어날 2세를 기다리며 여전히 동물원에 남아 가슴을 두드리고 모형 빌딩에 오른다. 이 희망의 결말이 얼마간 관습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워서, 차라리 아이러니를 더 극단적으로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지만, 이 결말이 전체적으로 경쾌한 톤을 유지하고 있는 이 소설에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인 데다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고릴라들과 함께 기꺼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오르겠다는 이 작가의 선량한 의지의 소산인 것 같아서, 결국, 덩달아 따뜻해진 마음으로 작가의 편에 서기로 한다. _
21.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9일 출고 
언젠가 ‘구락부의 문학사’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멀게는 최인훈의 ‘그레이 구락부’가 있었고, 가깝게는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이 있었으며, 더 가깝게는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있었다. 서진은 다국적 자본이 지배하는 총체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절묘하게 조응하는 다인종 구락부 ‘언더그라운드’를 문학사에 새로이 등재한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이 소설은 파퓰러하다. 앞의 것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하기 어렵고 뒤의 것은 아주 적어서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야심만만한 이야기꾼의 출사표가 얼얼하다.
2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0일 출고 
평론가 송경원의 이미지는 온화한 편이지만 그건 그의 화법이 겸손해서이지 주장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래서 그가 주장할 땐 내가 겸손해져서 듣는다. ‘시네마’란 무엇인가. 그의 기준은 ‘시간의 현상학’과 ‘카메라의 화용론’인 것 같다. 그는 “시간을 어떻게 만질 것인지의 문제”가 영화의 존재론과 직결돼 있다면서 〈보이후드〉와 〈아이리시맨〉이 담아낸 시간의 질감을 옹호한다. 또 “카메라의 의지는 영화적”이지만 그 “모든 결과는 비영화적”일 수도 있음을 지적하면서 〈라라랜드〉의 악기 카메라와 〈1917〉의 게임 카메라의 욕망을 비판한다. 옹호할 때나 비판할 때나 내성內省적 깊이를 잃지 않는 게 그의 매력이다. 이런 사람이 뭘 사랑한다고 할 땐 정말 사랑하는 것이다. 15년 동안 쓰인 그의 연서戀書가 완성됐다.
2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0,080 보러 가기
신형철이 심사해서 김서라가 당선된 2021년 《광남일보》 신춘문예는 당선자가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게 아니라 심사자가 ‘시상의 영광’을 누린 대표적인 사례다. 잊힌 작품으로부터 신탁처럼 건네진 질문에, 누군가가 제 존재의 일부를 걸고 답을 찾아나가면, 비평은 숭고한 글쓰기가 되기도 한다. 그것을 나는 김서라로부터 마치 처음인 듯 배웠다. 이 책은 그 방법과 태도를 확장한 결과물이다. 그는 이제 도시를 읽는다. 그 위에 쓰인 자본/권력의 지배서사를, 거기 덧쓰인 배제된/저항한 사람들의 대항서사를, 행간에 쓰인 기억-흔적과 신체-파동과 소리-풍경을 읽는다. 사진 비평가처럼, 도시사(urban history) 연구자처럼, 인류학자처럼 읽는다. 몸을 움직여 읽고, 제 삶을 섞어 읽는다. 3년 반 전 당선 소감에 그는 “광주의 여성 연구자”라는 3중의 정체성을 철필로 새기듯 적어 놓았다. 그게 얼마나 무거운 진심이었는지를 이 얇은 책이 입증해 내는 상황이 나는 좀 놀랍다. “죽도록 내버려 두는 도시에서 살기로 결심하는 일이 항의가 시작되는 최초의 힘”이라는 저자의 문장을,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다.
2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이제 진부해져서 그 진부함을 지적하는 것조차 진부하게 느껴지는데, 진부함과는 지옥 끝까지 쫓아가 싸울 것 같은 한 사람이, 다시 한번 이렇게 묻는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삶과 글쓰기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가? 우리는 어떻게 그 변화를 유려하게 통제할 수 있을까?” 이 작가로 말할 것 같으면 2011년 소셜 미디어에 입성한 후 괴상한 트윗으로 팬덤을 만들어낸 ‘내부자’여서, 그는 계몽적인 연설이 아니라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주장한다. 먼저 삶을 삶에 바치자고, 그럼으로써 서로 연결되자고 말이다. 스스로 주체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의 재능이 쏟아내는 이 야심과 진심에 대해선 더 많은 분량의 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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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맡겨진 소녀』를 다 읽고 나니 그 빳빳한 양장 커버가 이야기를(특히 그 소중한 결말을)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 소설도 그렇다. ‘키거니언 엔딩’이라고 부르고 싶은 그것의 본질은 무슨 반전 같은 게 아니다.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감히 기대해도 될까 싶은 일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능성이 서사의 필연성으로 도약하는 지점에서 소설이 끝날 때, 우리는 우리가 이 세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하나를 얻게 된다. 이 작가가 단편 분량의 소설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것에 나는 불만이 없다. 이런 결말 뒤에, 감히, 어떤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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