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시는 길 위에 서 있다. 시인은 멍 때리고 있거나 불만 가득한 얼굴인 채로 멈추어 있는 법이 없다. 그는 언제나 길 위에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해월은 그림들, 서책들, 글씨들, 모니터의 장면들, 춤사위들, 음악들, 우리네 가옥들 사이를 진중히 돌아다닌다. 이 모든 것을 시인은 여기 오늘로 데리고 온다. 과거와 오늘, 동양과 서양, 노인과 젊은이, 여자와 남자, 우아한 자태와 흥겨운 몸짓을 모조리 시조 운율에 담근다. 까다롭게 일상을 찾아 헤매는 현대인들에게 모든 시간의 경이를 선물한다. 조각 세상이 아니라 온 세상임을 일깨워 준다.
길에서 길로 이어지는 겹겹의 순간에서 “한 팔을 쳐올리니 손끝이 저 아래요 / 또 한 발 들 올리니 발끝도 저 아래라”(「덧배기」 중에서)며 하나의 세상에서 덩실 춤추게 만든다.
해월 시인의 시詩들이 드디어 여기 오늘의 사람들에게 첫인사를 한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선생님께 기쁜 축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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