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따지면 아주 간단한 스토리다. 한 아이가 죽고, 그 아이와 친분이 있던 스밀라라는 여인이 그 아이의 죽음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그 아이의 죽음 뒤에는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었고, 여인은 그 음모를 밝히기 위해 거대한 모험 속으로 거침없이 빠져들고, 결국, 해결한다.
그러나 우리는 소설을 스토리 하나 때문에 읽지는 않는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스토리는 그 하나를 존재케 하는 하나의 장치이고 부분요소일 뿐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도 마찬가지다. 스토리는 전부를 말하기 위한 하나의 부분집합이고, 남은 여집합은 무한대의 무게와 깊이, 그리고 여운을 만들어주는 그 무엇에 있었다. 그 무엇은, 바로 독자가 찾아야 한다. 인물들을 통해, 문장을 통해, 소설 내적 장면과 상황과 독자의 상상력을 총 동원해. 그래야만 이 소설에 대한 전부를 끌어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소설이든, 작가의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작품은 없다. 그러나 나에게(나의 편독을 전제할지라도) 이 소설은 내 협소한 상상력을 자극시키는데 충분하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다. 추위와 눈과 얼음의 땅, 스밀라가 가지고 있는 야생성, 스밀라가 세계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소설 속에 잘 아우러 표현한 작가적 역량에 대해서 나는 극찬을 감히 하고 싶다. 소설 읽기의 즐거움, 내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즐거움을 만나게 했던 소설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이유와 함께 말이다.
소설 군데군데에서 만날 수 있는 멋진 문장들과 담론들(그래서 도그지어,를 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을 만나게 되는 즐거움도 이 소설의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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