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1일 : 90호

라인G1

이 책이 지금

아름다운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

김복희 시인의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전작이 <보조 영혼>이었는데요. 이번 시집 제목은 <생 마음> 입니다. 보조 : 생, 영혼 : 마음을 대치시켜 함께 읽고 싶어지는 제목입니다.

김복희의 시 세계에서 인간은 딱 새 인간만큼만 중요합니다. 도깨비, 호랑이, 요정이 초대된 시의 세계는 약간 서글프고 으스스합니다. 민담과 설화, 민요와 타령, 속담 등의 고전적 서사를 빌려 와 김복희의 시는 경계를 두들겨봅니다. 영혼 : 마음, 현실 : 환상, 현재 : 과거, 있음 : 없음, 내부 : 외부...

+ 더 보기

118~119쪽 : 도깨비 휘청 말라 고속버스터미널 유리문 어깨로 밀며 야윈 나뭇잎과 마른 잔디 사이로 지나갑니다 가방만 보이는 것 같다 방심하지 마세요 도깨비 대신 말해주고 싶네요 지나갑니다 계절 지나갑니다 이대로 떠나기에 마음 요란해
계절 바뀔 때
더 아픈 사람들,
아프면 많이 바쁠 텐데요

라인y1

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꿈 목욕>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김지연 작가의 '꿈'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들었는데요. '내가 밤마다 꾼 꿈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17쪽)는 문장에선 전작에서 <반려빚>을 끌고 다니던 판타지적인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 질문을 받아본 전날 밤에도 꿈을 꾸셨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줄 만한 새 꿈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좀처럼 꿈을 꾸지 않는 편입니다. 질문을 받고 최근에 꾼 꿈이 뭐가 있었나 돌이켜보았지만 기억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한 번 꾸게 되는 꿈들이 새삼스럽고 신기해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소설집에는 그런 꿈의 장면들이 군데군데 녹아 있습니다. 작가의 말에도 쓴 것처럼 표제작 「꿈 목욕」은 꿨던 꿈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과 다름없고, 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소설 「모래가 되는 꿈」 「꿈에서 꿈으로」도 제가 꾼 꿈을 적극적으로 썼어요. + 더 보기

라인y2

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출간 10주년을 맞아 강화길의 첫 소설집이 개정 출간되었습니다. 작품을 새로운 순서로 배치하고 (‘사람’ 연작에 <벌레들>을 포함해 <벌레들-외로운 사람>으로 부제를 더해 실었고, 외로운 사람 - 괜찮은 사람 - 다른 사람 - 귀한 사람으로 사람 연작이 배치되며 초판의 첫 소설, 두 번째 소설이었던 <호수- 다른 사람>과 <니꼴라유치원 -귀한 사람>이 세 번째, 네 번째 소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강화길' 하면 떠오르는 고딕의 아이콘으로 표지를 꾸몄습니다. <우리들>, <세계의 주인>의 영화감독 윤가은이 '매번 새롭게 아프게 다시 겪고 싶은 당혹스럽고 황홀한 폭로전'이라는 추천의 글을 더했습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호수- 다른 사람>이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새삼스럽도다 시간은 빠르도다 생각하며 제목만 봐도 으스스한 강화길 초기작의 목록을 다시 읽어봅니다. 2025년 출간된 작가의 신작 <치유의 빛>만 읽어본 독자라면 작가 전작읽기의 일환으로 도전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10년 전 여성이 공포를 말할 때의 세상의 시선과 요즘의 시선은 또 다른 것 같아요. 요즘은 어쩐지 의견과 입장을 말할 때 생각해야 할 것이 많네요. 저도 10년 전의 저를 떠올려보며 다시 몸에 힘을 빡 주고 강화길이라는 호수로 퐁당 몸을 던져봐야겠습니다.

라인y1

출판사는 지금 : 멜라이트

당신의 새로운 우주는 어떠할까요?

<어나더 라이프 : 글리치>는 멜라이트가 출간한 열 번째 책이자 첫 번째 한국소설입니다. 찰스 부코스키, 레이먼드 챈들러, 조이스 캐롤 오츠 등 수많은 작품을 번역하고 <나의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와 <서핑 포 허니맨> 등 장편소설을 펴낸 박현주 작가, 독창적인 뮤지컬과 연극을 써온 박새봄 작가, 시나리오를 쓰고 개성 강한 영화들을 연출해온 박현진, 이윤정 작가가 의기투합하여 기획한 픽션 앤솔러지죠. 소설, 무대 극, 영화 등 각자의 활동 영역은 다르지만 늘 참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상하고 발표해온 네 명의 스토리텔러가 ‘또 다른 삶’이라는 키워드로 쓴 소설들은 판타지,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등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흔히 짧고 순간적인 시스템 오류를 ‘글리치’라고 하죠.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역시 예기치 않은 일상의 오류와 어긋남으로 인한 서사적 균열을 포착하고 그것이 만들어낸 ‘새로운 우주’를 그리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간단히 설정만 말해볼까요. 타인의 목에 감긴 뱀을 보게 된 뮤지컬 배우, 과거의 상처와 진실을 구술하는 60대 여성, SNS로 평행세계의 자신과 만나게 된 대학생, 그리고 세상을 떠나려 했지만 산타 마을로 납치된 청년. 그렇게 ‘무언가’를 보게 되고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또 다른 삶’은 단지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축된 장르적 설정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 더 보기

라인y2

함윤이라는 세계관

함윤이의 첫 장편소설이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출간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 홀로 앉아있던 ‘막’에게 소꿉친구 ‘은단’이 다가와 자신은 눈을 한 번 깜빡이는 것만으로도 정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고백합니다. 막은 그 고백을 뒤로한 채 대학생이 되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공장 노동자가 됩니다. 이 공장을 멈춰세우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하던 날 막이 떠올린 것은 은단의 능력입니다. “내가 원하는 건 공장 전체가 정전되는 거야. 단 하루만이라도 말이야. 하룻밤만이라도 그 안의 일이 완전히 꼬여버리면 좋겠어.” 누구나 꿈 꿀 법한 파워풀한 기적을 향해 함께 달려가게 되는 노동-사랑-소설입니다.

함윤이라는 이름은 한국문학 신작을 꾸준히 찾아본 독자에겐 낯설지 않게 들릴 것입니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지난 해엔 첫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를 출간했습니다. 소망하는 사람들은 자개장의 문을 열고, 기절놀이를 하기 위해 목을 내밀고, 눈을 깜빡입니다. 환상, 귀신, 혹은 천사들의 힘을 빌려야 얻을 수 있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함윤이라는 작가의 세계관의 문을 열어보길 권합니다.

라인G2
이번 편지 어떻게 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