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1일 : 90호

아름다운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
김복희 시인의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전작이 <보조 영혼>이었는데요. 이번 시집 제목은 <생 마음> 입니다. 보조 : 생, 영혼 : 마음을 대치시켜 함께 읽고 싶어지는 제목입니다.
김복희의 시 세계에서 인간은 딱 새 인간만큼만 중요합니다. 도깨비, 호랑이, 요정이 초대된 시의 세계는 약간 서글프고 으스스합니다. 민담과 설화, 민요와 타령, 속담 등의 고전적 서사를 빌려 와 김복희의 시는 경계를 두들겨봅니다. 영혼 : 마음, 현실 : 환상, 현재 : 과거, 있음 : 없음, 내부 :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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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시인의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전작이 <보조 영혼>이었는데요. 이번 시집 제목은 <생 마음> 입니다. 보조 : 생, 영혼 : 마음을 대치시켜 함께 읽고 싶어지는 제목입니다.
김복희의 시 세계에서 인간은 딱 새 인간만큼만 중요합니다. 도깨비, 호랑이, 요정이 초대된 시의 세계는 약간 서글프고 으스스합니다. 민담과 설화, 민요와 타령, 속담 등의 고전적 서사를 빌려 와 김복희의 시는 경계를 두들겨봅니다. 영혼 : 마음, 현실 : 환상, 현재 : 과거, 있음 : 없음, 내부 : 외부...
온갖 괴로움 다 당하고 괴로움인 줄 모르고
지나가다 문득 누워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돼요
이루어진 거예요
사람 되셨어요
<하느님 부처님 외로운 선생님>에서 사람과 소는 트랜스 (김혜순의 시의 개념처럼) 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가 되는 것인데, 사람은 언제 되는가, 김복희의 시가 하는 대답말은 '괴로움'입니다. 가락처럼 시를 읊다 턱 막힌 마음이 뚫리는 순간, “껍질과 과육을 분리할 수 없”고,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지 않는” (임유영 추천사 중) 연한 생 마음이 턱 드러나는 순간이 참 맛있습니다. 이 순간이 재미있어 우리는 시를, 김복희의 시를 따라 읽게 됩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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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119쪽 :
도깨비 휘청 말라 고속버스터미널 유리문 어깨로 밀며 야윈 나뭇잎과 마른 잔디 사이로 지나갑니다 가방만 보이는 것 같다 방심하지 마세요 도깨비 대신 말해주고 싶네요 지나갑니다 계절 지나갑니다 이대로 떠나기에 마음 요란해
계절 바뀔 때
더 아픈 사람들,
아프면 많이 바쁠 텐데요

Q :
<꿈 목욕>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김지연 작가의 '꿈'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들었는데요. '내가 밤마다 꾼 꿈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17쪽)는 문장에선 전작에서 <반려빚>을 끌고 다니던 판타지적인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 질문을 받아본 전날 밤에도 꿈을 꾸셨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줄 만한 새 꿈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좀처럼 꿈을 꾸지 않는 편입니다. 질문을 받고 최근에 꾼 꿈이 뭐가 있었나 돌이켜보았지만 기억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한 번 꾸게 되는 꿈들이 새삼스럽고 신기해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소설집에는 그런 꿈의 장면들이 군데군데 녹아 있습니다. 작가의 말에도 쓴 것처럼 표제작 「꿈 목욕」은 꿨던 꿈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과 다름없고, 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소설 「모래가 되는 꿈」 「꿈에서 꿈으로」도 제가 꾼 꿈을 적극적으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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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꿈 목욕>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김지연 작가의 '꿈'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들었는데요. '내가 밤마다 꾼 꿈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17쪽)는 문장에선 전작에서 <반려빚>을 끌고 다니던 판타지적인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 질문을 받아본 전날 밤에도 꿈을 꾸셨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줄 만한 새 꿈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좀처럼 꿈을 꾸지 않는 편입니다. 질문을 받고 최근에 꾼 꿈이 뭐가 있었나 돌이켜보았지만 기억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한 번 꾸게 되는 꿈들이 새삼스럽고 신기해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소설집에는 그런 꿈의 장면들이 군데군데 녹아 있습니다. 작가의 말에도 쓴 것처럼 표제작 「꿈 목욕」은 꿨던 꿈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과 다름없고, 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소설 「모래가 되는 꿈」 「꿈에서 꿈으로」도 제가 꾼 꿈을 적극적으로 썼어요.
Q :
수록작 「산책하는 귀신들」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자신의 쌍가마를 보는 장면의 실없음이 좋았습니다. 귀신이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요. 김지연 작가도 공원이라든지, 어쩐지 맴돌 것 같은 장소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산책하는 귀신들」에서처럼 귀신이 되어 과거의 순간들을 맴돌 수 있다면 제가 살던 곳이나 여행 갔던 곳들,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만났던 장소들을 걸어볼 것 같아요. 저는 친구와 함께 정처 없이 천변이나 골목길 걷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장소들을 걸으면서 친구가 언제 나타날지 기다려보는 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년기 때 살던 동네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일대가 개발되면서 완전히 다른 곳이 되어버려, 기억에 남아 있는 풍경 속에서 다시 한번 걸어보고 싶습니다. 4층 아파트보다 더 크게 자란 나무도 많았는데 그 나무들 아래를 오래 걷고 싶습니다.
Q :
이 소설을 읽다가 잠들기도 할 독자들에게 좋은 잠, 좋은 꿈에 대한 인사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
가장 좋은 잠은 아무래도 꿈 없는 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한번 잠들었다가 밤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아침에 깨어나면 얼마나 상쾌한지요. 그렇지만 일단 꾸기만 한다면 꿈은 모두 좋은 것이에요.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처럼 무슨 꿈을 꾸더라도 좋을 대로 해석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러니 모두들 꿈꾸시기를. 그곳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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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10주년을 맞아 강화길의 첫 소설집이 개정 출간되었습니다. 작품을 새로운 순서로 배치하고 (‘사람’ 연작에 <벌레들>을 포함해 <벌레들-외로운 사람>으로 부제를 더해 실었고, 외로운 사람 - 괜찮은 사람 - 다른 사람 - 귀한 사람으로 사람 연작이 배치되며 초판의 첫 소설, 두 번째 소설이었던 <호수- 다른 사람>과 <니꼴라유치원 -귀한 사람>이 세 번째, 네 번째 소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강화길' 하면 떠오르는 고딕의 아이콘으로 표지를 꾸몄습니다. <우리들>, <세계의 주인>의 영화감독 윤가은이 '매번 새롭게 아프게 다시 겪고 싶은 당혹스럽고 황홀한 폭로전'이라는 추천의 글을 더했습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호수- 다른 사람>이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새삼스럽도다 시간은 빠르도다 생각하며 제목만 봐도 으스스한 강화길 초기작의 목록을 다시 읽어봅니다. 2025년 출간된 작가의 신작 <치유의 빛>만 읽어본 독자라면 작가 전작읽기의 일환으로 도전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10년 전 여성이 공포를 말할 때의 세상의 시선과 요즘의 시선은 또 다른 것 같아요. 요즘은 어쩐지 의견과 입장을 말할 때 생각해야 할 것이 많네요. 저도 10년 전의 저를 떠올려보며 다시 몸에 힘을 빡 주고 강화길이라는 호수로 퐁당 몸을 던져봐야겠습니다.

당신의 새로운 우주는 어떠할까요?
<어나더 라이프 : 글리치>는 멜라이트가 출간한 열 번째 책이자 첫 번째 한국소설입니다. 찰스 부코스키, 레이먼드 챈들러, 조이스 캐롤 오츠 등 수많은 작품을 번역하고 <나의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와 <서핑 포 허니맨> 등 장편소설을 펴낸 박현주 작가, 독창적인 뮤지컬과 연극을 써온 박새봄 작가, 시나리오를 쓰고 개성 강한 영화들을 연출해온 박현진, 이윤정 작가가 의기투합하여 기획한 픽션 앤솔러지죠. 소설, 무대 극, 영화 등 각자의 활동 영역은 다르지만 늘 참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상하고 발표해온 네 명의 스토리텔러가 ‘또 다른 삶’이라는 키워드로 쓴 소설들은 판타지,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등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흔히 짧고 순간적인 시스템 오류를 ‘글리치’라고 하죠.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역시 예기치 않은 일상의 오류와 어긋남으로 인한 서사적 균열을 포착하고 그것이 만들어낸 ‘새로운 우주’를 그리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간단히 설정만 말해볼까요. 타인의 목에 감긴 뱀을 보게 된 뮤지컬 배우, 과거의 상처와 진실을 구술하는 60대 여성, SNS로 평행세계의 자신과 만나게 된 대학생, 그리고 세상을 떠나려 했지만 산타 마을로 납치된 청년. 그렇게 ‘무언가’를 보게 되고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또 다른 삶’은 단지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축된 장르적 설정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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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새로운 우주는 어떠할까요?
<어나더 라이프 : 글리치>는 멜라이트가 출간한 열 번째 책이자 첫 번째 한국소설입니다. 찰스 부코스키, 레이먼드 챈들러, 조이스 캐롤 오츠 등 수많은 작품을 번역하고 <나의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와 <서핑 포 허니맨> 등 장편소설을 펴낸 박현주 작가, 독창적인 뮤지컬과 연극을 써온 박새봄 작가, 시나리오를 쓰고 개성 강한 영화들을 연출해온 박현진, 이윤정 작가가 의기투합하여 기획한 픽션 앤솔러지죠. 소설, 무대 극, 영화 등 각자의 활동 영역은 다르지만 늘 참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상하고 발표해온 네 명의 스토리텔러가 ‘또 다른 삶’이라는 키워드로 쓴 소설들은 판타지,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등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흔히 짧고 순간적인 시스템 오류를 ‘글리치’라고 하죠.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역시 예기치 않은 일상의 오류와 어긋남으로 인한 서사적 균열을 포착하고 그것이 만들어낸 ‘새로운 우주’를 그리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간단히 설정만 말해볼까요. 타인의 목에 감긴 뱀을 보게 된 뮤지컬 배우, 과거의 상처와 진실을 구술하는 60대 여성, SNS로 평행세계의 자신과 만나게 된 대학생, 그리고 세상을 떠나려 했지만 산타 마을로 납치된 청년. 그렇게 ‘무언가’를 보게 되고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또 다른 삶’은 단지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축된 장르적 설정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 앤솔러지에 참여한 작가들은 서로의 작품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박새봄 작가의 <뭘 좀 보게 된 홍단비>는 “우리 주변에는 훌륭한 여성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해주고, 나도 좀 훌륭해지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소설”, 박현진 작가의 <더블 캐스팅>은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산 여자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 흥분으로 귀 기울이며 쫓아가게 되는 이야기”, 박현주 작가의 <평행선 서점의 방명록 - 1. 하루 전의 세계>는, “기만과 배신이 도사리는 세계에서도 결국은 인간의 선의가 힘을 발휘하는 이야기”, 이윤정 작가의 <전지적 루돌프 시점>은 “시의성과 현대적 감각을 갖고 있으며 예상하지 못한 결말 때문에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는 작품”.
각기 다른 성격과 장르의 작품들이지만 분명히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가 있어요. “우리가 잃어버린 기회들이 실현되는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주인공들은 현실의 균열을 넘어 대면하는 ‘또 다른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그 과정에서 희망과 연대로 발견합니다. 이 소설 들을 읽는 독자분들도 스스로 ‘자신의 새로운 우주’를 상상하고 그려 나가보시기를 바랍니다.
- 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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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윤이의 첫 장편소설이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출간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 홀로 앉아있던 ‘막’에게 소꿉친구 ‘은단’이 다가와 자신은 눈을 한 번 깜빡이는 것만으로도 정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고백합니다. 막은 그 고백을 뒤로한 채 대학생이 되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공장 노동자가 됩니다. 이 공장을 멈춰세우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하던 날 막이 떠올린 것은 은단의 능력입니다. “내가 원하는 건 공장 전체가 정전되는 거야. 단 하루만이라도 말이야. 하룻밤만이라도 그 안의 일이 완전히 꼬여버리면 좋겠어.” 누구나 꿈 꿀 법한 파워풀한 기적을 향해 함께 달려가게 되는 노동-사랑-소설입니다.
함윤이라는 이름은 한국문학 신작을 꾸준히 찾아본 독자에겐 낯설지 않게 들릴 것입니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지난 해엔 첫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를 출간했습니다. 소망하는 사람들은 자개장의 문을 열고, 기절놀이를 하기 위해 목을 내밀고, 눈을 깜빡입니다. 환상, 귀신, 혹은 천사들의 힘을 빌려야 얻을 수 있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함윤이라는 작가의 세계관의 문을 열어보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