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7일 : 19호
마음에 상처가 나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
2010년 <담배 한 개비의 시간>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고, 2021년 <두 개의 방>으로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문진영의 <딩>을 읽었습니다.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고향을 떠나버린 지원은 밀린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다시 아버지의 고장 K를 방문합니다. 관광지로 소비되다 그 쓰임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 이 도시엔 계속 머무르는 사람인 주미와, 주미가 운영하는 모텔에 장기 투숙하는 재인과 모텔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영식과, 영식의 집에서 잠시 머무르는 쑤언이 살고 있습니다.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담담하게 상처난 자리를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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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담배 한 개비의 시간>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고, 2021년 <두 개의 방>으로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문진영의 <딩>을 읽었습니다.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고향을 떠나버린 지원은 밀린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다시 아버지의 고장 K를 방문합니다. 관광지로 소비되다 그 쓰임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 이 도시엔 계속 머무르는 사람인 주미와, 주미가 운영하는 모텔에 장기 투숙하는 재인과 모텔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영식과, 영식의 집에서 잠시 머무르는 쑤언이 살고 있습니다.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담담하게 상처난 자리를 돌아봅니다.
서핑 용어인 '딩'을 제목으로 한 이 이야기를 너무도 한국적이었던, 한국적이라 애처로웠던 한국의 관광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읽었습니다. 속초에서 회 서빙을 하는 외국인 청년들, 양양의 '장판' 같은 평평한 바다에서 파도를 기다리며 마음은 하와이인 사람들의 끝없는 팔 돌리기, (서핑 강습에선 패들링이라는 용어를 썼습니다.) 도미토리 형태의 민박에서 한 달씩 머무르며 여름을 나는 그을린 사람들의 피로한 얼굴, 바닷가에서 푸시식 터지는 힘이 약한 불꽃... 이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를 시도때도 없이, 볼품없이' 구하며 몸을 기대고 있음을 소설은 보여줍니다.
나의 상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이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며 내 마음의 상처난 자리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소설입니다. 저는 머무는 사람인 주미의 이야기가 특히 좋았습니다. 한국적이라 애처로운 관광지를 또 가게 되면 호텔이라는 이름을 단 모텔에서 카운터를 보는 주미가 이곳에 있진 않을까 그를 한번쯤 떠올려보게 될 것 같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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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쪽 : 남겨진 사람이 아니라 그냥 여기 있는 사람. 누군가 나 왔어, 하고 돌아왔을 때 거기 있는 사람. 아무 때나 연락해도 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세상에 드물고, 주미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Q :
신작 <딩>은 동해안, 하와이,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떠났거나 머무는 장소들이 눈에 들어오는 소설입니다. 이 공간에 대한 소설을 떠올리게 된 순간이 궁금합니다.
A :
한겨울의 강릉에 잠시 머무는 동안 이 소설을 떠올렸습니다. 나는 항상 이곳에서 ‘여행자’겠지만,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혹은 여행이 아닌 목적으로 여기 머무는 이가 있다면 그는 어떤 사연을 가졌을까 궁금했습니다. 하와이,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도 우리에게는 여행지지만 소설 속 인물들에게는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지요. 어떤 장소든지 떠남, 돌아옴, 떠나보냄, 남겨짐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습니다. 그 장소에 발을 디딘 모든 존재, 더 넓게 생각하면 이 땅에 발 딛고 있는 모든 존재는 서로 뭔가를 주고받거나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해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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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신작 <딩>은 동해안, 하와이,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떠났거나 머무는 장소들이 눈에 들어오는 소설입니다. 이 공간에 대한 소설을 떠올리게 된 순간이 궁금합니다.
A :
한겨울의 강릉에 잠시 머무는 동안 이 소설을 떠올렸습니다. 나는 항상 이곳에서 ‘여행자’겠지만,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혹은 여행이 아닌 목적으로 여기 머무는 이가 있다면 그는 어떤 사연을 가졌을까 궁금했습니다. 하와이,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도 우리에게는 여행지지만 소설 속 인물들에게는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지요. 어떤 장소든지 떠남, 돌아옴, 떠나보냄, 남겨짐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습니다. 그 장소에 발을 디딘 모든 존재, 더 넓게 생각하면 이 땅에 발 딛고 있는 모든 존재는 서로 뭔가를 주고받거나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해보곤 합니다.
Q :
그냥 허물어져가도록 두는 것(20쪽), 버티는 게 아니라 그냥 놓았고, 그래서 평온함(59쪽) 등을 말하는 인물들의 삶의 자세가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저마다의 ‘딩’으로 흔들리는, 일견 위태로워 보이는 인물들에게서 어떤 단단함이 읽힌다면 아마도 그건 그들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꺾임을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상처받고 무너져 있더라도 그런 자기 자신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는, 타자를 상상하고 관계 속에서 서로 섞이고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제 소설 속 인물들이 항상 저보다 더 용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씁니다.
Q :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을 읽고 비로소 소설이 완성되는 것 같았습니다. 소설 쓰는 삶을 지속하도록 '시도 때도 없이, 볼품없이' 작가를 구해준 사건, 독자가 있을까요?
A :
돌아보면 약 십여 년의 공백기 동안 시도 때도 없는 구원들이 넘쳐났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자기 비하와 체념 사이를 오락가락할 때마다 전적인 지지를 보내준 가족들. 창작을 대하는 태도와 성실함을 말이 아닌 삶으로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도 기꺼이 제게 소설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매체들. ‘쓰고 싶다’는 마음이 사그라들 때마다 다시 불꽃을 일으켜 준 좋은 작품들. 저의 데뷔작을 읽고, 십 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공감을 얻었다며 메시지를 보내준 이십대 초반의 젊은 독자분들도 계셨죠. 제 소설이 누군가에게 볼품없는 구원이 되기를 바라는 것, 그 또한 저에게 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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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오월인데
뭔가를 꿰뚫어 보는 듯한 커다란 눈동자가 강렬한 표지에 스릴, 코믹, 슬픔, 반전 매력 이야기 다섯 편이 꽉꽉 채워진 소설집.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창밖은 오월인데> 부분
갑작스럽게 여름이 찾아온 듯한 날씨입니다. 오월이 되면 한번씩 교과서에서 한번은 만났을 수필가 피천득의 이 시집을 열어 봅니다. 어제는 알라딘 서점 앞 작은 공원을 산책하다 인공폭포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돌벽에 부딪치는 물소리를 공원에서 들으며 '햇빛에 물살이 / 잉어같이 뛴다'고(<비 개고> 부분) 적은 이 시집의 순간이 함께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입니다. 함께여도 좋고 홀로여도 더 좋은 아름다운 오월을 충만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출판사는 지금 : 나비클럽
이 소설집의 매력은 한 마디로 ‘홍선주식 장르가 주는 재미’입니다. 참고로 ‘재미’는 홍선주 작가의 인생 모토이기도 하죠. 가출팸을 벗어난 여자가 살고 싶어 했던 삶을 선물해 주곤 가차 없이 그녀를 죽여버린 남자를 응징하는 자매들의 복수극 <푸른 수염의 방>이 표제작입니다.
나비클럽 소설선은 미스터리, SF, 하드보일드, 스릴러, 환상, 본격 문학 등 장르를 넘나드는 한국 작가들의 새롭고 다양한 스타일과 사회를 꿰뚫어 보는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올해 두 편의 장편 소설을 더 출간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 나비클럽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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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젊은작가상'은 2023년의 수상자로 이미상, 김멜라, 성혜령, 이서수, 정선임, 함윤이, 현호정을 선정했습니다. 과학문학으로 상상한 새로운 세계를 선보일 작가들도 이 계절 독자를 만납니다. 한이솔, 박민혁, 조서월, 최이아, 허달립이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두 책 모두 보급 정가 7,700원으로 판매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