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고의 책

2000 ~ 2024

21세기 최고의 책

기억할 책, 함께할 책
소년이 온다 페미니즘의 도전 사람, 장소, 환대 젠더 트러블 날개 환상통 21세기 자본 파친코 멀고도 가까운 당신 인생의 이야기 채식주의자
세계 끝의 버섯 고래 끝과 시작 사당동 더하기 25 정의란 무엇인가 부모와 다른 아이들 금요일엔 돌아오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82년생 김지영 페르세폴리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망명과 자긍심 랭스로 되돌아가다 작별하지 않는다 파이 이야기 나의 눈부신 친구 타인의 고통 소금꽃나무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 오월의 사회과학
나를 찾아줘 일탈 킨 아픔이 길이 되려면 시스터 아웃사이더 디디의 우산 달걀과 닭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사피엔스 디아스포라 기행
상실 붉은 인간의 최후 반지의 제왕 밝은 밤 존재양식의 탐구 전사들의 노래 올빼미의 없음 축의 시대 나를 보내지 마 유언을 만난 세계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2025년을 맞아 알라딘은 21세기의
첫 25년을 갈무리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알라딘은 작가, 번역가, 편집자, 출판인, 연구자, 활동가, 언론인 등 책 주변의 106인에게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출간된 1,118,869종의 책(참고서, 잡지 제외) 중에서 '21세기 최고의 책' 10권을 골라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최고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를 것이기에, '기억할 책, 함께할 책'이라는 부제를 통해 '지난 25년간 출간된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 현재의 세계에 영향을 끼친 저작, 앞으로의 세대를 위해 더 많이 읽혀야 할 책'이라는 느슨한 기준을 제시 했습니다. 이 요청은 출판계 전체를 아우르거나, 독자들의 마음 깊은 곳을 헤아리는 등 각자의 고민을 거쳐 다양한 양태로 도착했습니다. '최고의 책'을 고르는 완전하고 무결한 기준이 있을까요? 우리는 작고 세심한 예외들을 허용하기로 했고 덕분에 목록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무엇인가가 되었습니다. 책 주변의 106명이 각자의 고민을 통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을 공개합니다.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2014)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결코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트라우마는 인류 공통의 끈질긴 화두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1980년, 광주’라는 역사적 기억을 ‘지금 바로 여기’의 문제로 소환해 낸 걸작 <소년이 온다>는 상처의 한가운데서 결코 부서지지 않는 인간의 고결함을 노래한다. 때로는 소설의 맥박으로, 때로는 시의 울림으로. 한강 작가의 ‘시적 산문’의 아름다움은 이 작품을 통해 최고의 경지에 다다랐다. 트라우마의 늪 한가운데서 여전히 아파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 줄, 눈부신 미래의 고전이 될 것이다. - 정여울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지음 | 교양인 (2020, 초판 2005)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페미니즘은 학제이자 인식론”이라고 규정하고 “정체성의 정치보다 횡단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21세기 초입(초판 2005년 출간)에 이미 한국의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서구에서 수입된 페미니즘 이론서와 비평서 사이에서 한국의 맥락과 역사를 담지하며,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을 향해 직접 말을 거는 귀중한 책이다. 한국에서 이보다 대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페미니즘 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저자의 영향력 또한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반페미니스트들에게조차도. 읽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 서성진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2015)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사회적 성원권’ ‘환대’ 등의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인류학자 김현경의 첫 저서.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다시 말해 ‘사람’이라는 것은 지위인가 아니면 조건인가? 조건부의 환대 역시 환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환대가 언제라도 철회될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환대되지 않은 게 아닐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며, 사회를 ‘시계’(즉 기능을 가진 구조들의 총체)나 ‘벌집’(재생산적 실천을 하는 주체들에 의해 재생산되는 구조)에 비유하는 구조기능주의에서 벗어나,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개념을 중심으로 사회를 다시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젠더 트러블
주디스 버틀러 지음, 조현준 옮김 | 문학동네 (2024, 초판 2008)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1990년에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사반세기가 훌쩍 넘는 3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학계를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더 트러블』이 영향력은 여전하다. 이는 이 책이 품은 문제의식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페미니즘의 과제와 쟁점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 트러블』을 통해 기존의 관행적 의미로 한정된 젠더의 의미에 자유를 주고자 했다. 더 나아가 “젠더 가능성의 장을 여는 것”을 목적으로 “젠더소수자 및 성소수자의 행위를 불법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진리 담론을 휘두르려는 모든 시도들을 뒤흔들어보고자” 젠더의 고정성에 의문을 던졌다. 따라서 다른 성별, 다른 젠더, 다른 섹슈얼리티를 혐오하는 오늘날의 페미니즘 백래시 시대에, 젠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는 버틀러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중요하고 유효하다.
날개 환상통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2019)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김혜순에게 여성은 “자신의 몸 안에서 뜨고 지면서 커지고 줄어드는 달처럼 죽고 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여성의 몸은 무한대의 프랙털 도형”이라 했던 시인은 자신의 시가 “프랙털 도형처럼 세상 속에 몸담고 세상을 읽는 방법을 가지길 바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문학동네, 2002). 그렇게 그는 ‘몸하는’ 시를 쓰고, ‘시하며’ 40년을 걸어왔다.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2014)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전 세계에 ‘피케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프랑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 교수의 저작. 경제적 불평등을 배태하는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소득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이론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조세 개혁을 제안한다. 기업의 역동성과 국제적인 개방경제를 보호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산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 세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본에 대한 누진적 과세는 부의 분배를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정책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 허블 (2019)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 김초엽의 첫 소설집. 김초엽의 소설은 근사한 세계를 그려내는 상상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진다. 타자를 알고자 하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의 다른 말이 아니겠느냐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방법이란 없는 거냐고 애타게 묻는 누군가에게. 김초엽의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문학평론가 인아영의 말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다. “불가능성을 껴안는 것”, 불가능성을 껴안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통해, 김초엽의 소설은 정답이 없는 불가능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파친코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2022, 초판 2008)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파친코>는 재미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가 30년에 달하는 세월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로, 2017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세계 33개국에 번역 수출되었으며, 《뉴욕타임스》, BBC, 아마존 등 75개 이상의 주요 매체의 ‘올해의 책’,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2016, 초판 2004)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단 한 권의 작품집으로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을 모두 석권한 이 책은 과학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지적 상상력과 소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철학적 사유를 선사하는 특별한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한 분들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2016)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전미도서상 후보작, 전비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작으로 오른 리베카 솔닛의 에세이. 주요한 주제는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병과 돌봄, 삶과 죽음, 어머니와 딸, 아이슬란드와 극지방이다. 저자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활용해 주변의 여러 삶들을 바라보고 사유하고 마침내 이해한다. 그것은 누군가를 변명하거나 누군가의 잘못을 덮어주는 것, 혹은 작가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이해이다. 저자는 이를 용서이자 사랑이라고 부른다.
이 책을 추천한 분들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노고운 옮김 | 현실문화 (2023)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21세기는 인류학 연구가 빛을 발한 시기다. 불평등, 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기조가 인류학 연구 분야에도 이어져 필드 연구는 전 세계적 노동 현장으로 향해 갔다. 이 책 역시 송이버섯 채취 이주 노동자들의 세계를 인류학자의 눈으로 탐구하는데, 지난 25년간 나온 인류학 책 중 가장 흥미롭다. 많은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체계’ 비판적인 연구를 하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자본주의 체계로 인해 자기 연구의 효용성을 비관하지만, 이 책은 그런 사회과학자들에게 체계의 빈틈을 노릴 만한 귀감이 되고 있다. 독자 역시 사회과학의 체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언어를 직접 접하며, 중국과 미국의 숲에서 버섯 향기를 맡으며 자본주의 체제로 가장 깊숙이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이은혜
이 책을 추천한 분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2014, 초판 2010)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세계적인 석학 마이클 샌델의 정치철학 명강의를 모은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에서만 누적 판매 200만 부를 자랑하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실제로 대학에서 진행한 강의답게 이 책은 샌델이 자기의 주장이나 가치관을 펼치기보다는 정치 철학자들이 남긴 시대를 초월한 철학적인 질문들, 공리주의와 자유주의, 공동체주의에 대한 핵심적인 이론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분들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2022, 초판 2007)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지난 사반세기 동안 출간된 읽을 만한 책 10권으로, 변화하는 세계상을 조명하거나 새 세기가 필요로 하는 가치에 주목한 책들을 골라보고자 했다. 그중에서도 단 한 권만 고르라고 한다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꼽고 싶다. 동물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가치인가, 악인가? 동물성은 소위 ‘탈근대’로 불리는 이 시대의 큰 화두다. 『채식주의자』는 과연 인간이 자신에 내재하는 동물적 폭력성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지 묻는다. 세계의 동물화(動物化)에 저항하는 한 편의 강렬한 시다. 인간과 세계를 고발하고 배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학의 힘으로, 다시 끌어안기 위해서다. 오늘날의 문학이 대중문화의 경박화(輕薄化)에 편승하여 인간 실존의 문제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는 듯이 보이기에, 인간 존재와 생명의 본질을 파헤치는 그 치열함이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우리를 인간의 뿌리에 관한 근원적 질문 쪽으로 되돌려 세운다. 문학이 왜 필요한지, 문학이 어떻게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이보다 더 잘 증언할 수는 없다. - 김병욱
이 책을 추천한 분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 민음사 (2016)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 그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 연속에 대한 인생 현장 보고서. 주인공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는 이 소설은 1982년생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의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보여 준다.
이 책을 추천한 분들
고래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2004)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조각조각, 수십 개의 에피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두 모아놓은 양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듣던 옛날 이야기, 동화책에서 본 설화와 신화, TV 연속극 같은 스토리, 인터넷에 떠도는 엽기 유머 등이 섞여든다. 맨몸으로 시작해 큰 사업가가 된 한 사람의 이야기인가 싶으면 벽돌을 굽는 한 장인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시 여러 시대를 살다 간 인물들의 지난 세기의 이야기인가 하면 바로 오늘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천명관의 장편 데뷔작.
이 책을 추천한 분들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2015)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솔직히 말하자면 읽지 않은 책인데 추천 목록에 넣었다. 읽을 수가 없었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제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읽을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된다. 그렇지만 읽고 안 읽고를 떠나 이 책의 책으로서의 중요성은 어떤 책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 책은 광화문광장에서 철거되었고 서울시의회 앞으로 옮겼으나 지속적인 철거 압박과 무단 점유 변상금 변제 요구를 받고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이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지니고 다니는 노란리본이나, 아직도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아물지 않는 상처의 책으로 된 버전이다. - 홍한별
이 책을 추천한 분들
끝과 시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2016)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의 여성 시인 비슬라바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1945년 등단작부터 2005년 작까지, 60여 년에 걸친 시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혼돈과 해체 속에서 사유의 조화로운 동참을 권유하는 미의식'은, 쉼보르스카의 시학이 이룩한 가장 뛰어난 성과로 평가되어 왔다.
이 책을 추천한 분들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2016)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이탈리아 나폴리 폐허에서도 빛나는 두 여자의 우정을 담은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나폴리 4부작'. 은둔을 선택한 페란테는 이탈리아의 「코리에레 델라 세라」를 통해 1,600페이지 분량의 '나폴리 4부작'은 자신의 우정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나폴리를 배경으로 두 여자의 우정과 삶을 매우 격렬하게 또 망설임 없이 써냈다. '나폴리 4부작'의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와 레누라는 두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사춘기까지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분들
랭스로 되돌아가다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 문학과지성사 (2021)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20세기에 저자가 한 역할은 프랑스 좌파 지식인들과 대담을 나누고 전기를 쓰는 등 전형적인 엘리트의 역할이었다면, 자기 해부서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는 엘리트층, 지식인, 이념적 좌표에서 모두 어느 정도 벗어나 회고록의 전범이 될 만한 글을 보여주고 있다. - 이은혜
이 책을 추천한 분들
망명과 자긍심
일라이 클레어 지음, 전혜은.제이 옮김 | 현실문화 (2020)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일라이 클레어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시인이자 퀴어 환경 운동가이다. 장애와 퀴어와 환경은 그의 유일하고 고유한 ‘몸마음’(bodymind) 속에서 따로 놀지 않는다. 분리되지 않는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그의 지향은 관례적이고 통상적인 자유주의의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깊고 위태롭고 정답을 알 수 없는 어둠 속까지 우리를 끌고 들어간다. 섣부르게 냉소하지 않고 비아냥거리지 않고 미리 정해진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물론 적당한 타협과 중재의 영역이 아니다. 한 차원 높고 멀고 깊은 비타협적 싸움의 세계이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관례와 편견과 혐오와 적과 우리 자신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이 싸움이 끝이 없으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시인으로서 그의 문장이 유려하고 서정적이면서도 단단한 논리와 이론과 질문으로 무장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표준적인 정치적 올바름으로 자기만족을 얻는 독자이건, 자신도 모르게 백래시에 가담하는 냉소적 독자이건, 일라이 클레어가 개진하는 밀도 높은 사유와 고통스러운 희망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 이장욱
이 책을 추천한 분들
부모와 다른 아이들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2015)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나와 다른 ‘타자’를 인정할 수 있을지 되물을 때, 가장 첨예한 질문이 있다. 그 ‘타자’의 속성이 내 아이에게 있다면? 부모는 아이를 깊이 사랑하지만, 바로 그 사랑이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부모는 결국 아이를 수용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과 힘을 바탕으로 자신과 전혀 다른 세상을 이해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 책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겁고 중요한 화두인 ‘정체성’ 그리고 ‘정체성 정치’에 관한 풍부한 연구를 담았다. 문장은 아름답고 다루는 사례는 논쟁적이지만, 그 모든 길에서 절대 독자를 얕은 물가에 남겨두지 않는다. - 김원영
작가이자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앤드류 솔로몬이 10년 동안 300가구 이상을 인터뷰한 후 정리한 책이다. 솔로몬은 그 자신이 오랫동안 우울증을 경험해온 동성애자로 ‘부모와 다른’ 자녀이자, 또 의료적 개입으로 아이를 갖게 된 부모이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모들은 기질과 형편, 관점과 자원이 모두 다르고 고통과 절망의 과정도 모두 다르게 경험하지만, 끝내 예외적인 자녀의 정체성을 수용하기에 이른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일의 어려움과 기쁨, 그로 인한 변화를 이렇게 깊고 또렷하게 기록한 책을 또 만날 수 있을까? - 김희진
제목대로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다루는 내용이다. 1권에서는 청각장애, 왜소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조현병을 겪는 아이들, 2권은 어린 천재, 범죄자, 트랜스젠더,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이야기다. 어마어마한 취재에서 나오는 묘사의 생생함과 주장의 설득력이 독자를 압도한다. 멀리 떨어진 타인과 공유하는 특징들, 청각장애나 작은 키가 어떤 이들의 정체성이 된다면, 그것을 ‘치료’하겠다는 시도는 어떻게 봐야 할까. 자폐인 부모의 절망감이나 조현병 환자 가족의 두려움에 대해 읽을 때는 심장이 죄어드는 기분이 든다. - 장강명
이 책을 추천한 분들
사당동 더하기 25
조은 지음 | 또하나의문화 (2012)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가난을 채집하고 전시하는 건 쉽다. 중요한 건 해석인데, 가난을 극복하자며 채찍을 휘두루는 수사를 주변에서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현실 속 가난은 희망의 도움닫기가 되기는커녕, 가난 자체가 가장 큰 원인이 되어 계속 가난한 상태에 사람을 가두는 결과를 초래한다. 25년은 그 지독함이 만성이 되는 시간인데, 그 과정의 실타래를 끊지 않고 추적한다는 건 운도 따라야 하는 지난한 일이다. 이 집요한 기록이 ‘그렇게 사니까 가난하지’가 난무하는 세상에 경고음을 울리고, ‘그래서 가난이 무서운 것’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으면 한다. - 오찬호
이 책을 추천한 분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2021)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한강의 역사의식과 시적 문체가 계속 쌓여오다가 절정에 다다른 작품으로 여겨진다. 이미지가 압도적이어서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의 뇌에 상흔을 남기는 것이고, 그 상흔은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증거다. - 이은혜
이 책을 추천한 분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2015)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전쟁은 단순히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악의 범죄이다. 전쟁에 동의한 적 없고 거부할 기회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죽거나 죽이는 비인간의 공간으로 내몰리는 것, 그것이 전쟁인 것이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평생 그 상처에서 회복되지 못한 참전 여성 군인들을 인터뷰하여 엮은 책이다. 러시아는 세계대전의 승전국이다. 그러나 전장에서 죽고 죽이는 비인간을 경험하고 온 참전 군인들에게 승전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평화는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 전쟁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쟁의 비인간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 이 메시지가 책으로나마 세대에 걸쳐 이어지면 좋겠다. - 조해진
이 책을 추천한 분들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2022, 초판 2004)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망망대해 위, 혼자 남겨진 최악의 상황에서 소년을 살린 건 바로 두려움이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절망과 고독에 빠진 이가 자기 자신과 싸워 이겨내는 힘겨운 생존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독자는 혼란스러워지겠지만, 어쨌든 이 소설은 해피엔딩이다. 당신이 그렇게 믿기만 한다면 말이다.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파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으며 작가가 말했듯 이 책의 결말은 당신의 몫이므로. 고난과 좌절 속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이들에게,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이들에게, 어떤 절망 앞에서도 당신의 삶 역시 당신의 몫임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 - 이꽃님
장편소설 <파이 이야기>는 2005년 수술을 받고 병실에서 읽은 책이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더 이상 다닐 수 없을 만큼 당시의 나는 건강이 좋지 않았고 퇴원 후 아무런 계획이 없어 더없이 울적한 상태였다. 의욕없이 펼친 책이었는데 나는 어느새 소년 ‘파이’와 함께 광활한 바다 한 가운데서 고난을 헤쳐 나가고 있었다. 동물, 가족, 모험은 내가 원래 소설에서 반기는 주제가 아닌데,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적일 수가 있다니 정신이 아득할 지경이었다. 인생에서 몇 번 없는 강렬한 독서 경험이었다. 그리고 퇴원 후 흡사 소년 ‘파이’처럼 나는 두려움과 용기를 동시에 끌어안은 채,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 임경선
이 책을 추천한 분들
페르세폴리스
마르얀 사트라피 지음, 박언주 옮김 | 휴머니스트 (2019, 초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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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한 후 다시 이란으로 돌아와 결혼과 이혼을 한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노블. 이란 혁명 시기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고, 유럽 사회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면서도 유머와 존엄을 잃지 않으며 성장하는 주인공 마르지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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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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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이 책은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단절된 기숙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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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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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플린 장편소설. 데이비드 핀처 연출 영화 [나를 찾아줘]의 원작소설이다. 뉴욕타임스, 타임 등 미국 주요 언론이 '2012년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소설', '놀랄 만큼 치밀한,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소설',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작품'이라 극찬한 책으로, 작가의 전작 <그 여자의 살인법>에 이어 2013 에드거 상 후보에 올랐다. 출간 직후 3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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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과 닭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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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꿰뚫는 천재', '진실로 뛰어난 작가', '인물 묘사의 천재이자 문학적 마술사', '마를린 디트리히 같은 용모에 버지니아 울프같이 쓰는 희귀한 인물' 등으로 불린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소설집. 예측할 수 없는 부조리와 돌연함으로 가득한 그녀의 글은 구조나 플롯으로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전체 이야기가 하나의 덩어리로, 한꺼번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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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황정은 지음 | 창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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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령 사태 이후 다시 촛불과 응원봉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기특한 청년들”로 묘사되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 혹은 광장에 모인 인파의 숫자에 포함되지 않는 어떤 사람들이 광장 변두리를 스쳐 지나갔을 것이고, 지금도 그럴 것이다. <디디의 우산>은 2016년 박근혜 퇴진촛불의 변두리를 스쳐 지나갔던 그 익명의 사람들을 주목한다. 우리는 당장의 억압에 함께 맞서 싸우지만, 동시에 그것만으로는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다시 열린 광장에서 누구와 함께 촛불 혹은 응원봉을 들 것인가? 퇴진 넘어 이 세상과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무대에 가려진 곁을 돌아보자.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 홍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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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기행
서경식 지음, 김혜신.최재혁 옮김 | 돌베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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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드시 서경식(1951~2023)의 책을 여기에 포함시키겠다는 불순한 목적으로 목록을 작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마음 같아선 역시 2006년에 나온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창비)도 넣고 싶었다. 사실 그의 어떤 책이라도 무관하다. 재일조선인으로서 분열된 역사와 언어의 구속 속에 살았던 그가 우리 독자들에게 던진 주제는 - 디아스포라, 경계(인), 역사와 개인(의 삶), 공동체와 이방인, 예술의 힘,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화 - 어째 갈수록 더 현재성을 띠는 듯하다. 프리모 레비의 책들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도 거지반 그의 덕이다. - 김명남
대학을 막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무렵 서점에서 사 보았다. 이 책은 앞으로의 독서와 직업 생활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롭게 뜰 수 있는 시야를 갖출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방인과 소수자라는 형상에 대한 감수성이 몸으로 전달되어 들어왔고, 이 형상은 21세기를 대표하는 키워드로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화두로 남을 것이다. 이후 편집자로서 원고를 볼 때 나침반이 되어 준 책. 서경식의 여러 저서 중에서도 가장 완결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저작으로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는 21세기 최고의 책. -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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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김보원, 김번, 이미애 옮김 | arte(아르테) (2023, 초판 2001)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일어난 한국 출판계의 최대 사건은 <반지의 제왕> 열풍이었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은 스크린셀러로서나, 판타지 열풍을 본격화한 장르 개척자로서나, 수많은 2차 창작의 토대를 제공한 영감의 원천으로서나, 막판의 저작권 분쟁과 덤핑 판매 논란이며, 출판사를 옮긴 이후의 제책 품질과 판매 가격 논란이며, 열성 독자 사이에 끝없이 되풀이되는 번역 논란에 이르기까지, 원서 출간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완역된 이 소설이 한국 출판계에, 나아가 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은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 박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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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인간의 최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장수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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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붉은 인간의 최후』는 소련이 해체되고 자본주의가 사회에 이식되며 돈의 세계로 쫓겨난 사람들의 모습을 다룬다. 개인과 자본보다는 이념과 평등, 집단을 우선시했고, 돈이 아니라 배급쿠폰에 의해 움직였던 소련인들은 돌연 돈과 자본주의의의 냉혹한 얼굴을 마주하며, 누군가는 환희에 젖고 또다른 이는 절망하고 분노한다.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경멸에 가득차 있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돈에 집착하고, 사회 변혁 과정에서 돌연 ‘재벌’이 된 ‘올리가르히’들이 정치와 사회를 잠식하며 벌어지는 현상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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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2023)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천재 사상가’(뉴욕타임스) 유발 하라리의 대표작 《사피엔스》. 책 서두에는 2011년 원서 출간 이후 10년을 돌아보고 위기 상황을 맞은 인류에게 건네는 제언이 특별 서문으로 수록되었다. 현재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키워드로 ‘인간 이해’를 강조한다. 출간 10주년 서문이지만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개인적인 소회보다는 유례없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동료 사피엔스에게 전하는 호소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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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 책읽는수요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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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구두들을 남에게 줘 버릴 수가 없었다. 존이 돌아오면 구두가 필요할 테니까.”어떤 문장은 한번 읽은 후에 내 몸의 어딘가에 새겨진다. 남편 그레고리 던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조앤 디디온은 일 년 내내 남편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비합리적인 상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상실감과의 사투를 벌인다. 그렇게 마술 혹은 주술적 사고의 한 해를 보낸 후 칼날 같은 정신과 초연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자신의 생을 통과하며 포착한 진실을 기록한다. <상실>은 애도에 관한 현대의 고전으로 이 시대 조앤 디디온이라는 수식어가 왜 여성 에세이스트들에게 최고의 찬사가 될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한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다큐멘터리 <조앤 디디온의 초상>(2017)도 추천한다. 그녀의 눈빛 속에서 우리는 왜 살아야 하고 나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한다. - 노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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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2007)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회사원 근로자도 아닌 노동자라니!’ 제목의 ‘노동자’가 마음에 안 들어 펴 보지도 않던 전태일 평전을 처음 펼친 1984년 비 오는 날의 김진숙을 떠올려본다. 처음으로 스스로 부끄러워 지리산 계곡처럼 꺼이꺼이 울었다는. 기본급 13만 6100원이던 1986년, 10만 원이 든 봉투를 받은 밤의 김진숙을 떠올려본다. 밤새 천장에 새파란 종이돈이 어른거렸는데 조합원들 얼굴을 바로 볼 수 없을 것 같아 돌려줬다는. 후마니타스라는, 좀체 와닿지 않는 이름의 출판사의 연락을 받은 뒤 잘려 나갈 나무가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한 김진숙을 떠올려본다. ‘성찰할 때가 되지 않았나.’ ‘두렵더라도 나부터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그가 이 깨끗한 욕심과 타협해 책을 내어 얼마나 다행인지. 세상의 어수선함을 물 끼얹듯 잠잠케 하는 절창의 시. 깃발이자 피켓이자 전단이었던 이 책은, 김진숙이 먼 길을 걸어 ‘사람 나무’와 연대할 때마다 다시 펄럭이며, 부끄러움에서 우리를 들어 올린다. - 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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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아웃사이더
오드리 로드 지음, 주해연.박미선 옮김 | 후마니타스 (2018)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벨 훅스, 애드리언 리치, 사라 아메드 등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으로 꼽는 오드리 로드의 가장 결정적인 산문들을 모아 놓은 에세이집이다. 1970, 80년대 백인 주류 페미니즘과 흑인 민권운동에 맞서,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시인으로서 강렬한 비판의 언어들을 쏟아냈던 오드리 로드의 정수가 담겨 있다. 페미니즘과 진보 운동 내에도 존재하는 각종 모순들과 차별과 업악 속에서 차이와 억압의 교차성을 사유한 글들을 통해 그녀는 페미니즘이 무엇보다 "우리 안의 타자들"를 돌보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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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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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손해인 삶이 있을까? 평생을 방에 누워 있어야 하는 중대한 장애, 자식에게 밥 한 끼 먹이기 어려운 처절한 빈곤, 누구에게도 호감을 사본 적 없는 추한 외모나 다른 성적 지향……. 이런 소수성을 안은 채 소외되고 배척당하며 자기 비하 속에 사는 삶이라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 인간의 결핍과 차이와 비참이 개인적인 체험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 법과 제도 속으로, 누구나 아름다울 수 있는 사회적 무대로 확장되어가는 한 편의 긴 변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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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2017)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계급이 개개인 몸의 질병으로 드러나는 것을 대규모 실증 사례들을 통해서 밝혀나간다. 2014년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자본소득으로 인한, 그리고 1대 99의 사회)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수많은 불평등 관련 연구가 쏟아졌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건강불평등이었다. 김승섭 교수의 이 책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적실한 연구였다.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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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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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선진국에서는 인구 구조의 직사각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툴 가완디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이러한 사회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현대 의학은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정작 길어진 노년의 삶과 노환 및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고 인간답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이를 성취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한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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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사회과학
최정운 지음 | 오월의봄 (2012)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지나간 줄 알았던 역사는 결코 그냥 지나가지 않고, 바로 그때를 노린 듯 현실로 되돌아온다. 5.18을 다뤘다는 점만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료와 담론을 검토하여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큰 저작. 민주주의에 가장 필요한 것은 맹목적 배움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식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비판적 사고가 인간성이나 감정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훈련받은 사회과학자답게 거리를 두고 구성하려고 애썼는데도, 아니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읽는 사람에게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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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의 없음
배수아 지음 | 창비 (2010)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2000년 가을 대구 시내 한 도서관 서고를 걷다 제목이 끌려서 뽑은 책이 배수아의 『심야통신』이었다. 중학교 3학년이었고 학교와 집이 있는 동네를 벗어나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늘 골목을 돌면 무언가가 알 수 없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거야 라고 강렬하게 믿고 있었다. 가끔은 그때 처음 읽은 배수아에서 많은 것들이 시작된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2000년 이후의 배수아 소설 중에서 한 권을 꼽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은 『올빼미의 없음』을 꼽겠다. 배수아를 읽고나면 한동안 소설 속 목소리처럼 말하는 누군가가 나와 함께 하고 걸을 때 그 목소리는 더욱 선명해진다. 그러니 걸어라 라고 말하는 소설이 포함된 이 소설집을 우선 꼽아본다. - 박솔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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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을 만난 세계
정창조 외 지음, 비마이너 기획 | 오월의봄 (2021)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김순석, 최정환, 이덕인, 박흥수, 정태수, 최옥란, 박기연, 우동민…… 장애인을 차별하는 세상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저항했던 장애해방열사 여덟 명의 흔적을 좇는 기록. 장애문제가 장애인만의 문제로 여겨지고 사람들에게 거의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부터 장애인운동의 불씨를 지폈던 열사들의 치열했던 삶과 투쟁을 담아낸다. 이들이 쌓아올린 운동의 물적, 정신적 토대는 지금 우리 시대에도 계속해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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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
게일 루빈 지음, 임옥희, 조혜영, 신혜수, 허윤 옮김 | 현실문화 (2015)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성 인류학의 선구자, 미시간 대학 교수 게일 루빈이 지난 40년간 써온 주요 논문들을 엮은 선집이자 유일한 단독 저서. 공식적으로 게일 루빈이라는 저자와 그녀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의 우리말 번역은 오랫동안 페미니즘 연구를 함께해온 임옥희와 신혜수, 조혜영, 허윤이 맡았으며 옮긴이 서문과 해설, 연보를 추가해 이 책의 충실한 안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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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 시대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2010)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세계의 주요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인류사의 가장 경이로운 시기를 다룬 역사서. 서로 교류가 없던 네 지역에서 어떻게 비슷한 시기에 그토록 놀라운 사유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왜 그들은 우주와 인간과 삶에 대해 같은 결론에 이르렀을까? 이 책은 인간의 윤리적 각성과 철학적 성찰이 폭발하던 시대, ‘축의 시대’에 관한 인문학적 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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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2016)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흑인, 그리고 여성. SF 역사상 가장 유니크한 작가이자,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머쥔 작가로 손꼽히는 옥타비아 버틀러. <킨>은 그의 대표작이자 최고 성공작이다. 타임슬립을 하며 100여 년의 시공간을 오가는 흑인 여성 다나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인종, 노예, 젠더, 그리고 여기에서 비롯되는 권력과 인간의 근원적 감정의 문제까지 생각하게 하는 이 작품은 미국에서만 45만 권 이상 판매되었다.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것은 물론, 수십 년째 각종 북클럽에서 베스트 필독서로 꼽히는 등 스스로 고전 반열에 오른 걸작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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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2004)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타인의 고통>은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깊이 상처받을 수 있는 존재인지를 냉혹하게 들춰낸다. 21세기를 관통하는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가장 날카로운 고전이다. 전쟁과 고통의 이미지가 우리의 연민과 도덕적 책임을 어떻게 마모시키는지 우리를 응시하게 하고 동시에 질문한다. “당신은 이 장면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는 것’의 윤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을 잃어버릴 것이다. 손택의 사유는 명징하고, 그 문장은 결코 무뎌지지 않는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 그로부터 행동으로 나아가는 연대의 시작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필연적이다. -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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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
지주형 지음 | 책세상 (2011)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1997년의 위기를 결정적 계기로 해서 일어난 한국 정치경제의 신자유주의적 전환 과정을 지구 정치경제적 맥락 속에서, 그리고 이 전환을 이끌어낸 국내적·국제적 추진 세력과 그들의 기획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분석한 저작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의 신자유주의적 전환 과정이 단순히 경제적 현상이 아니라 반민주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사회적정치적 현상임을 밝히고, 한국 경제의 양극화와 대외종속 및 위기를 불러온 국내적·지구적 세력이 누구인지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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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2021)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번역 중인 책이 머리 한켠에 자리 잡아 독서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 책을 잊게 해주는 책을 만날 때면 어찌나 감사한지. 『밝은 밤』이 그런 책이었다. 주인공 지연이 소원했던 할머니를 만나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백정의 딸로 태어나 온갖 설움을 겪은 증조할머니의 삶으로 이어지며 웅장해진다. 읽는 동안 가슴에 만주벌판 같은 게 펼쳐지고 나는 숨 가쁘게 달렸다. 담담한 문체로 전하는 여성 4대의 이야기에 눈물을 펑펑. 역사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았던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여운을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달랬다. - 권남희
여성 서사와 나, 나와 우리 역사,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이 보여주는 세계는 여성-역사-나를 잇는 깊고 내밀한 빛으로 가득하다. 좋았던 마음을 잃지 않고, 좋았던 시간을 기억하는 여성 4대의 삶은 시대의 특수한 통증과 관계의 상처를 빛으로 감싼다. 주인공 지연은 증조할머니와 할머니, 어머니와 나에 이르는 가족사를 통해 여성 역사의 이해와 자아 통찰에 이른다.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로 시작하는 소설. ‘희령’이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은 책장을 펼친 독자가 어디에 있든 단숨에 바로 그곳으로 끌어당긴다. 바닷가의 냄새가 지금 여기에서 맡아지는 감각은 최은영 작가의 담담하고 섬세한 문체에 기댄다.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서로의 손을 잡았던 여성들은 이렇게 살아남았다. 소설의 인물이 별을 바라보는 사람인 것이 우연은 아니다. 오래전 멀리서 출발한 별빛이 긴 시간을 달려 당도하듯 잊힐 뻔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이야기의 빛으로 우리의 밤을 밝힌다. 최은영 작가를 21세기에 만난 건 당대 독자로서 축복이다. 최은영의 소설 덕분에 우리 역사의 귀퉁이에서 부서질 듯 부서지지 않은 여성들의 삶을 기억하며 한 번 더 문학의 힘을 믿게 된다. 밝은 밤이 된 그날을 다시 살아가게 된다. - 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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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의 노래
홍은전 지음, 훗한나 그림, 비마이너 기획 | 오월의봄 (2023)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21세기의 시작점인 2001년, 서울역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고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던 ‘이동권’을 요구하며 대한민국 사회에 출현한 중증장애인들. 그들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급진적인 운동의 역사를 써왔다. 그리고 세계를 온몸으로 멈추며 조금씩 ‘이동’시켰다. 이 운동의 한가운데 있었던 여섯 명 전사들의 삶, 투쟁, 목소리를 지극하게 엮어낸 『전사들의 노래』에는 우리가 지향하는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비전과 윤리가 담겨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이 원하는 건 장애인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 누구도 뒤에 남겨지지 않는 해방의 공동체이므로. - 김도현
‘역사의 종언’은 종언을 고했다. 20세기의 장밋빛 예측을 뒤엎고 21세기는 스스로의 불안한 역사를 연일 휘갈겨쓰는 중이다. 21세기의 사반세기를 지나는 지금, 이 시대 최고의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누군가에 의해 쓰여지고 있다. 우리에겐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용기가 필요하다. 분열과 전쟁으로부터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가치를 되살려낼 희망의 이야기는 가장 윤택하고 안전한 곳이 아니라 가장 낙후되고 소외된 곳에서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싸우는 이들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전사들의 노래>는 21세기를 인간답게 살아낼 용기를 찾는 이들을 향해 울려퍼지는 연대와 투쟁의 송가다. -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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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양식의 탐구
브뤼노 라투르 지음, 황장진 옮김 | 사월의책 (2023)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오늘날의 생태 위기는 근대인의 가속화된 삶이 지구로부터 무차별적으로 자원을 추출하고 수많은 생명의 서식지를 파괴해온 결과다.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이 파괴의 근원에 자연과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온 근대적 사고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지 않는 한 위기 해결은 요원하다. 인간과 비인간의 뒤얽힘이 극적으로 증가하는 인류세 시대, 그는 근대적 사고의 좌표계를 넘어 다원적이고 생태적인 새로운 존재양식을 제시한다. 이 책은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서 방향 상실에 빠진 우리에게, 생태적 전환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적 사유의 지도를 그려준다. - 박동수
<존재양식의 탐구>는 생태위기의 시대인 오늘날 가장 주목 받는 사상가인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최고 주저다. 생전 과학과 철학을 거쳐 사회와 법과 기술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며 왕성한 지적 활동을 했던 라투르는 2012년 자신의 사상을 종합하는 저서인 <존재양식의 탐구>를 발표한다. 이 책은 라투르 사상 전체를 종합하면서 그 사유의 결론을 제시한다. 하지만 단순히 라투르 사상의 종합이자 결론이라는 의미에서만 이 책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특히 철학에서의 존재론, 형이상학, 인식론 논쟁을 재개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철학에서의 기존 존재론, 형이상학, 인식론이 과학, 사회학, 법학, 기술학 등의 대상인 경험과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경험에 가닿을 수 있는 그러한 철학, 그러니까 21세기의 우리에게 적합한 존재론, 형이상학, 인식론을 세공한다. 이로써 라투르는 생태위기를 사유하는데 시효가 만료한 20세기 사유의 종언을 고하고 생태위기를 사유할 수 있는 21세기 사유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 <존재양식의 탐구>는 단순한 한 권의 책이 아니라 20세기라는 한 세기의 사유 전체와 대결하고 있는 방대한 스케일의 저서이며, 철학 전체, 과학 전체와의 논쟁을 통해 우리의 사유 자체를 혁신한다는 점에서 21세기 최고의 책으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 배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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