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의 시대> 장이지의 신작 시집입니다. 카카오톡도 어느새 신선하지 않은 것이 된 시대에 '편지'라는 매체로 사랑과 우정을 탐색했던 시인은 이별의 세계를 그려보이며 싱숭생숭한 계절, 봄의 일렁임을 그려보입니다. “멈추지 않는 파랑”을 지켜보는 일로부터 이별이 흘러간 자리에서 과거와의 새로운 약속을 보는 일, 호수를 바라보는 이의 뒷모습을 본 것 같습니다.
서대문 독립기념관에 가면 자그마한 호수가 있는데요, 날 좋은 날 가면 오리 두 마리가 떠다니며 한가로이 볕을 쬡니다. 풍경을 관조하는 마음으로 관계를 골똘히 들여다보고 싶은 계절이 봄입니다.
노래하는 시
11쪽
나는 백열등을 하나 켤 수도 있으리라 백열등 아래 어항으로 들어갈 수도 있으리라 _「전설 바다의 밤물결」
18쪽
사랑의 끝은 사랑을 조망하기에 오히려 불리한 곳입니다 끝에서 돌아보면 끝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끝으로 보이고 모든 끝은 운명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_「세계의 끝」
24쪽
시치리가하마의 노을이 바다에 녹으면
해변은 타오르는 물방울 속 음악
_「Love Me or Leave Me」
36쪽
나는 도둑맞은 게 없는지 윗옷 안주머니를 뒤집어보듯이 마음의 바닥까지를 뒤집어본다 _「죄」
53쪽
우리 이야기도 아마 끝에는 노래로 남아서 길도 아니고 노랫말도 사실은 아니고 흥얼거림이나 되는 건 아닌지, 녹이 묻은 딱 한두 소절만 기억나는 흥얼거림이나 되는 것 아닌지 _「노래」
95쪽
오리배가 지나간 호수의 파랑이
끝도 없이 퍼지고 있었던 거
기억하니?
_「영원한 휴가」
101쪽
내일도 만나자고 작별의 포옹을 하고
친구의 목에 머플러를 감아주자
날마다 다시 쓰자, 우리의 우정을
_「기록」
다음 계절 시집은 5/12일 소개합니다.
|
날개 환상통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서성진, 서효인, 이다혜, 정은숙, 진은영, 하미나, 황인찬 추천 |
|
끝과 시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김남주, 안희연, 이다혜, 조해진 추천 |
|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김민정 지음 / 문학동네 김혼비, 서효인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