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읽어봅니다
예술가에 관한, 아름다움에 관한 한강의 소설이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이어질 한강의 소설의 흔적을 더듬으며 <그대의 차가운 손>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그대의 차가운 손> 이후 작가는 <바람이 분다, 가라>의 화가 서인주에게, <채식주의자>의 캔버스 속 영혜에게 닿습니다. 그 이전의 한강은 '손'을 중심으로 장운영의 라이프캐스팅 조각을 둘러싼 결핍의 이야기에 닿습니다.
왜 내 삶의 가운데는 텅 비어있는가. (30쪽)
손가락을 잃은 외삼촌, 구토를 시도하느라 검지손가락과 엄지 손가락 사이에 흉터를 만든 그녀, 여섯 개의 손가락 중 하나를 잘라낸 디자이너. 이들의 빈 자리를 기록자인 그녀가 '왜'를 알아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서술하는 것은 그녀 역시 빈 사람인 까닭입니다. '진실은 불쌍한 것, 저렇게 누추한 것'(74쪽)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어야 알아볼 수 있는 빈 자리가 있습니다. 두툼하고 늘어진 살덩이에 석고를 끼얹어 그 몸을 라이프캐스팅을 하는 장면을 이어질 한강의 소설, 한강의 소설이 몸을 묘사하는 방식과 이어 읽으며 한강의 시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석고액이 굳어가면서 내는 열처럼 한강의 소설은 희고 뜨겁습니다.
함께 읽어봅니다
<자코메티의 아틀리에> / 장 주네 지음 / 열화당 / 2007
<도둑 일기>의 장 주네가 20세기 조각가이자 화가 자코메티의 아틀리에를 드나들면서 기록한 예술론입니다. 죽음, 상처와 소외, 완전한 고독과 비참으로 주네는 자코메티의 애처로운 조각들을 읽습니다. 그 연약하고 취약한 가느다란 선들을 소설 속 조각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치유의 빛> /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
몸이라는 감옥에 갇힌 여성의 이야기를 강화길의 문장으로 읽어봅니다. 스스로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던 박지수는 살이 찌면서 비로소 사람들이 나를 발견해준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몸의 부피부터 몸이 유발하는 통증까지, 갇힌 여성의 이야기를 석고상 안에 갇힌 한강의 소설 속 인물들과 겹쳐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회복하는 인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