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5
계절 특선 : 한국 문학
바깥은 여름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바깥은 여름>의 수록작 <풍경의 쓸모>의 이 문장은 여름마다 생각나는 한 줄입니다. 아름다운 여름의 거리를 걷는 활기찬 도시인들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두고 쾌적한 유리창 안에서 바라보고 있을 때, 제가 머물고 있던 자리는 하얀 눈이 흩날리는 스노우볼 안이 되고, 바깥의 열기는 진짜 삶이 있는 공간, 진짜 여름이 펼쳐지는 공간이 됩니다.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데뷔 후 첫 TV 인터뷰로 '망설임'이라는 낱말을 우리에게 선사한 김애란 작가의 2017년 작 <바깥은 여름>을 20대의 김애란의 소설 <달려라, 아비>, 40대의 김애란의 소설 <안녕이라 그랬어>와 함께 읽어보며 '너의 여름은 어떠니' 묻던 우리들의 작가가 감지한 2017년의 기척과 함께 잠깐 망설이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습니다. 팬데믹을 거치기 전. 김애란의 소설이 기록한 여름은 이랬습니다.
기온과 문학이 함께 놓인 이 자리에서 여름에 읽기 좋은 한국문학을 보름마다 소개하겠습니다.
다음 편지일 : 5/30일
_한국소설/시 MD 김효선
계절 문장
15쪽
아이들은 정말 크는 게 아까울 정도로 빨리 자랐다. 그리고 그런 걸 마주한 때라야 비로소 나는 계절이 하는 일과 시간이맡은 몫을 알 수 있었다. 3월이 하는 일과 7월이 해낸 일을 알 수 있었다. 5월 또는 9월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입동>
87쪽
뉴욕 한낮 기온도 십팔 도를 넘었다 했다. 여러모로 올겨울은 겨울 같지 않았다. 파이프에서 물이 새듯 미래에서 봄이새고있었다. <건너편>
156쪽
그리고 그렇게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된 정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스노볼을 쥔 기분이었다. 유리볼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동 여름인. 시끄럽고 왕성한 계절인, 그런. <풍경의 쓸모>
173쪽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풍경의 쓸모>
214쪽
어른이란 몸에 그런 그을음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르겠구나. 그 검댕이 자기 내부에 자신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암호를 남긴. 상대한 한 말이 아닌, 하지 않은 말에 대해 의문과 경외를 동시에 갖는. <가리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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