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닿기 위해 분투한 문학적 기록
'연매장'은 죽은 뒤 관 없이 곧장 흙에 묻히는 매장의 형태를 일컫는 말로, 원한을 품어 환생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선택한 방식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토지개혁으로 삶이 무너져내린 사람들이 고통을 잊기 위해 선택한 침묵과 망각 역시 사회적 연매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들 칭린이 어머니 딩쯔타오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중국 현대사에서 희생된 개인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로, 루야오문학상 수상작이자 수상 즉시 중국 정부에서 금서로 지정한 책.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의 기록
우한에서 자라난 소설가 팡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우한이 봉쇄되자 하루아침에 멈춰버린 도시의 참상과 생존기를 웨이보에 써나가기 시작한다. 은폐와 침묵, 고위직들의 안이한 대응과 평범한 사람들의 절규. 중국 정부의 검열로 그의 웨이보가 차단되고 글이 계속 삭제당하자, 중국 네티즌들은 팡팡의 일기를 댓글로 각자 이어서 올리는 댓글 릴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루쉰문학상 수상작.
"살 수 없다면 죽자. 다행히 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 맞아 죽는 것보다 낫다."
우 노인이 잠을 청하면서 할일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고, 오래 자라고 말했다. 오래 자는 건 천천히 죽음을 배우는 거라고 했다.
"세상에는 기억할 가치가 없는 일들이 있잖아. 혹은 잊어야만 하는 일이나 사람도 있고." 룽중융은 함참 동안 대꾸하지 않다가 차가 충칭을 벗어나서야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래. 그런데 어떤 사람이나 일은 말이야, 잊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드시 기억하려는 사람도 있거든." 칭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역사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드러나지 않으니까. 그리고 추측이란 무엇이든 그다지 믿을 수 없어. 그러니까 세상의 많은 일은 반드시 알아야 하지도 않아. 자네는 안다고 생각해도, 사실 자네가 아는 것은 본래 모습과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어."
옛 기억은 귀신을 부른다
온갖 미신이 살아 숨 쉬던 용징에 개발 붐이 불면서, 낡은 삼합원 가옥에 살던 천씨 집안은 새로 지은 타운 하우스에 입주한다. 고도의 경제 성장을 누리기 시작한 타이완의 발전상과는 별개로, 힘들고 고단한 나날을 보내던 천씨 집안의 내력을 좇으며 일본 식민 통치, 장제스와 국민당의 독재, 남아 선호 사상, 성소수자 탄압 등 근·현대 타이완의 폭력과 억압을 그려낸 소설. 역사와 개인의 교차점을 포착했다는 평과 함께 타이완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과 금전상을 수상했다.
아직 나누지 못한 이야기
"우리 같이 천산갑을 보러 가지 않을래? 악의가 가득한 이 시대로부터 함께 도망치자, 함께 잠들자." 유년 시절에 만나 평생에 걸쳐 우정과 헌신, 상처를 주고받은 한 게이 남성과 헤테로 여성의 관계를 통해 고독과 치유의 다양한 면모를 깊이 있게 탐색한 걸작. 게이인 주인공 '그'를 통해 작가는 성적지향에 대한 보수적 인식이 가득했던 1980년대부터, 동성혼이 합법화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성소수자들이 겪는 고난과 비애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거세게 강요된 임신, 출산, 양육, 결혼을 둘러싼 가부장적인 압박과 그로 인한 처절한 고통 역시 '그녀'를 통해 재현한다.
귀신들의 땅은 황량했다. 그렇다면, 귀신은 정말로 있는 걸까.
어른이 된 그는 귀신을 믿지 않게 되었고 두려워하지도 않게 되었다. 귀신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가장 잔인한 것은 인간이었다.
누구나 아픈 기억과 상처가 있으면 이를 덮어 버리거나 묻어 버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그림자 같고, 지나간 일들은 다시 반복된다. 과거가 있는 한 귀신은 존재한다. 인간 세계 곳곳에 귀신들이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귀신인지도 모른다.
나는 죽었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기억은 나의 존재이자 순환의 매개다. 나의 기억과 타인들의 기억을 통해 나는 존재한다. 이곳에 존재하고 현장에 존재하고 여기에 존재하고 저기에 존재한다. 나는 기억에 의지하고 기억에 기생한다. 기억이 있는 곳, 말할 이야기가 있는 곳이 바로 내가 있는 현장이자 구전의 역사다.
* 이벤트 기간 : 5월 7일 ~ 5월 20일
* 당첨자 발표일 : 5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