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미국의 고딕은 흑인의 경험에서 비롯한 공포에 많은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의 고딕 호러를 21세기 젊은 여성 흑인 작가의 눈으로 새롭게 탐구하고 파헤친 매혹적인 논픽션
어릴 때부터 고스 문화를 사랑했던 작가 릴라 테일러는 고스라는 아웃사이더 문화 내에서도 자신이 흑인이라는 또 다른 아웃사이더임을 발견한 후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된다. ‘백인’의 것으로 인식된 서브컬처의 일부가 되는 것, 흑인 고스족에 대한 조롱과 멸시, 과연 고스 문화는 ‘백인들’만의 것일까?
개인의 회고록이자 문화비평서이며 미국 흑인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짚어내고 있는 이 책은 “흑인들의 피와 시체 위에 세워진 신세계”라는, 미국의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미국 고딕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서술하며 아메리칸 드림 신화 아래 숨겨진 ‘사악’한 무언가를 발견해내고자 한다. 유럽의 고딕과 미국의 고딕의 차이점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속 죄의식에 대해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의 호러성은 어떠한가? 영화 <겟아웃>이 골든글러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됐을 때 감독 조던 필이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다”라고 말했던 것은? 또한 영화 <캔디맨>이 흑인 빈곤층에 대한 무심한 법 집행으로 인해 일어난 실화가 기반임을 알고 있는가?
이와 함께 예일대에서 색채학을, 사회연구 뉴스쿨에서 교양학을 전공한 저자가, 백인 우월주의에서 기인한 색채주의가 미국의 고딕 문화와 어떤 식으로 관련되어 있는지 분석하는 과정은 타자적 입장에서 보아도 대단히 흥미를 돋게 한다. 아메리칸 고딕 문화 속에 깊숙이 숨겨졌던 검은 영혼을 찾는 매혹적인 여행을 함께 떠나보자.
“아웃사이더 문화에서 또다시 아웃사이더가 된다는 것에 대한 강력하고 깊이 있는 탐구. 고스 문화의 어두운 미학과 미국에서의 흑인다움 사이에서 릴라 테일러는 문화 비평과 개인사, 그리고 미국의 복잡한 역사를 호기심 어리고 관대하며 또한 날카로운 시각으로 매끄럽게 넘나든다. 강력하고 기이하며 잊을 수 없는 경험의 독서가 될 것이다.”_콜린 디키(『고스트랜드』 작가)
“이 책은 어둠에 대한 기대와 이해를 넓히는 데 많은 아름다운 일을 한다. 감사한 책이다.”_하닙 압두라킵(시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관점으로 본 미국 고딕의 역사.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책.”_라이브러리 저널
“중세시대, 에드거 앨런 포, 노예 무역, 이프로펑크, 프린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등을 기묘하게 연결하며 우리를 놀라운 여행으로 안내하는 책이다.”_바라툰드 서스톤(정치평론가, 작가)
“대단히 매혹적이다. 흑인과 고스 문화, 그리고 유전된 트라우마가 끼친 영향에 대해 우리도 모르게 발견하게 하는 책.”_이레노센 오코지에(『버터플라이 피시』 작가)
고스적인
실화에 기초함
미국의 괴물
내 연인의 머리카락은 검은색
비둘기들이 울 때
죽도록 비명을 지르다
보스턴 대로의 집
검은 행성의 공포
참고문헌
감사의 글
노예무역에 관한 담론을 읽다 보면 미국의 기원을 요약하는 단어로 ‘공포’만한 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앤 래드클리프에 따르면 공포의 본질적인 의미를 규정하는 속성은 “명백하게 보이는 잔혹성”이다. 래드클리프의 말은 동시대 고딕 작가들에 대한 평론에서 나온 것이지만 노예무역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나은 표현은 떠올릴 수 없다. _본문 중에서
전통적인 고딕 분위기는 안개 낀 어둠과 영국적 눅눅함이지만 남부 고딕의 그것은 찌는 듯한 습기와 눈을 못 뜰 정도로 강렬한 햇빛이다. 남부 고딕은 외딴 산에 있는 낡은 성의 어두운 복도를 발끝으로 걸어가는 대신 한 손에는 부채를, 다른 손에는 버번위스키 한 잔을 들고 베란다 흔들의자에 앉는다. 고딕 소설에 출몰하는 망령들은 유령, 뱀파이어, 되살아난 시체가 아니라 인종차별주의, 억눌린 죄책감, 사회적 따돌림, 주류에서 밀려난 결과물인 괴짜들이다. _본문 중에서
포의 유일한 장편소설인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이야기』에서 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캐릭터들은 흉포하고 피에 굶주린 야만인들로 묘사된다. ‘검은 고양이’나 ‘황금 벌레’는 노예 반란에 대한 공포의 은유로 읽혀 왔다. 포는 흰색을 순수함을 암시하는 것으로, 검은색은 기괴함으로 보아 끊임없이 극찬했다. 그리고 그 오만하고 거대한 검은 새 가 있다. 포에게는 H. P. 러브크래프트가 가진 노골적인 외국인 혐오는 없었지만 죄의식과 함께 초래된 유동적인 불안감이 있었고 이는 미국의 호러에 좀 더 적합해 보인다. _본문 중에서
경비원들은 회사로부터 징계당할 위험 때문에 행동을 주저했고 경찰은 이 가난한 흑인 여성의 생명을 하찮게 여겨 안일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맥코이를 돕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없었고, 친구가 계속 주장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시체는 몇 주가 지나서야 발견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거슬리는 건 맥코이가 119에 전화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작동한다고 언급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이 11층을 계단으로 걸어 올라와서까지 구할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게 분명했다. 맥코이 이야기의 교훈은 이렇다. 캔디맨이 여러분을 죽이지 않더라도 가난, 구조적 인종차별주의, 법 집행기관의 무관심, 예산이 부족한 공공 서비스가 여러분을 죽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_본문 중에서
두려움(terror)과 공포(horror)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데 바로 정신과 육체의 차이이다. 데벤드라 바르마는 “죽음의 냄새와 시체에 걸려 비틀거렸을 때 사이의 극심한 우려와 역겨운 자각”이라고 설명했다. 두려움은 미지의 것에 대한 무서움, 존재하지 않는 것 사이의 간격을 채우는 심리다. 두려움은 “상상의 대상을 과장한다.” 두려움은 유령 같고 공포는 총체적이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역사상 최고의 고어 호러 영화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극 중에서 폭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전기톱으로 썰려 나가는 장면은 볼 수 없다. 두려움의 대상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화면에 무엇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관계없이 우리 자신의 개인적 악몽을 스크린에 투영한다. 두려움은 순수한 충격이며 증거가 필요 없다. _본문 중에서
괴물이 되면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타자는 그 두려운 암흑을 명백하게 보고 의식할 수 있다. 인간의 내심을 공포로 물들이는 존재가 되면 인간보다 아는 게 많아지고 인간 자신보다 인간을 더 많이 알게 된다. 이는 위험하다. 그리고 당연히 마을 사람들은 언제든 횃불을 들 준비를 하겠지만 괴물은 언제든 여러분이 가기 무서워하는 곳에 살고 여러분이 자는 동안 여러분을 지켜보며 여러분이 볼 수 없는 그림자 속에 숨고 주인이 보지 않을 때 찻잔에 독을 탄다. 괴물은 여러분이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미국은 살인을 저지르고 400년 동안 도망쳤고 그날 이후 편히 두 눈 감고 잠들지 못한다. _본문 중에서
유령의 존재에 대한 설명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흔적’이다. 어떤 사건은 그 난폭함이나 분노가 너무 강렬해서 마치 책의 페이지를 펜으로 너무 세게 찍었을 때 생기는 것처럼 각인된 음각(陰刻) 자국 같은 죽음의 잔해를 뒤에 남긴다. 유령은 현재에 있는 우리를 만나러 오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과거를 잠깐 보는 것이다. 나는 유령들이 우리의 공간을 침범한다기보다는 우리가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잠시 얻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그토록 뚜렷한 자취를 남기려면 마치 히로시마의 그림자처럼 원자폭탄 수준의 분노와 공포가, 케이크 위에 손자국을 남기거나 욕조 캐비닛을 통해 기어 나올 정도로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_본문 중에서
릴라 테일러 Leila Taylor
릴라 테일러는 예일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 석사 학위를, NSSR(사회연구 뉴스쿨)에서 교양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브루클린 공공도서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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