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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0,800원, 125권 펀딩 / 목표 금액 500,000원
펀딩 중 (마감 2026-04-14, 출간예정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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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농인의 세계에서는 청인으로, 청인의 세계에서는 농인의 딸로
두 세계를 통역하며 살아온 K 장녀의 맵고 쓰고 달달한 기록


주변 어디에나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낯선 세계가 있다. 분명히 알고 있기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는 세계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한국인이지만 ‘한국어’가 모어가 아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겉으로 보기엔 무척이나 고요하고 적막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어느 곳보다 뜨겁고 시끌벅적하다. 바로 농인의 세계다. 이들은 한국어와는 다른 독립적인 문법 체계를 가진 ‘수어’로 소통한다. 이 나라의 모국어는 분명 한국어지만 이들에게만큼은 첫 번째 언어가 아닌 셈이다.

“코다라서 그래요.”
소리 없는 세상에서 울고 웃는 떠들썩한 이야기


수어 통역사, 유튜버 그리고 이 책 『그 집의 언어』의 주인공이기도 한 유슬기 작가는 농인 부모님 밑에서 청인 아이로 태어났다. 이른바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다. 집에서는 눈빛과 표정과 손짓으로 대화하고 밖에서는 한국어로 말한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대변하는 통역사 역할을 하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 말을 걸면 엄마를 대신해 대답하고 음성 안내만 존재하는 지하철이 갑자기 정차하기라도 하면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언제나 작가의 몫이었다.

그렇게 청인과 농인의 세계를 통역하며 살아온 작가는 정작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 건지 오랫동안 알 수 없었다. 두 세계는 너무 달랐고 여기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때로는 너무나 애틋한 마음에 눈물이 울컥 나오다가도 어떨 때는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어느 때에는 너무 지쳐서 차라리 이 세상에 모든 소리가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괴로운 순간에도 불합리하고 불친절한 청인의 세상을 마주하면 도저히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에게서 다음 사람에게로,
손끝으로 대물림되는 사랑의 형태에 관하여


부모님에게 세상을 통역하는 어린 어른에서 집안의 든든한 버팀목인 딸로, 수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에서 모든 사랑을 내어주고 싶은 한 아가의 엄마가 되기까지, 작가는 몇 번의 쉽지 않은 탈피를 거치며 비로소 코다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이 청인도 농인도 아닌 ‘코다’라는 또 하나의 세상을 새롭게 마주한 것이다.

『그 집의 언어』는 바로 그 지점에서 농인과 청인을 다루는 평평한 이야기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간 세상에 받아온 생채기와 자기만의 세계를 형성하며 거쳐 간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솔직한 문장은 같은 일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경계인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새 작가를 열렬히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어떤 경계에서 갈피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홀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덩그러니 남겨진 막막한 심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서로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각자의 세계에서 자기만의 전투를 치르고 있어 전부 헤아리지 못할 뿐이다.

작가는 두 세계를 오랜 시간 배회하며 결국 나를 이루는 근간에는 “만약 네가 아기를 낳으면 너한테 못 해줬던 것들 네 아기에게 다 해줄게.”라고 말하는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에게는 매일 아침 하루를 깨워주는 엄마의 따뜻한 손길과 어떤 귀한 것보다 딸이 최고라는 아빠의 믿음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서로의 등을 쓰다듬으며 존재를 확인해온 다정함이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확신한다. 이렇게 몸 안에 새겨진 사랑은 그렇게 한 사람에게서 다음 사람에게로, 언어가 아닌 몸으로 전해진다고 말이다.

모든 경계인에게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갈 힘은 사실 이미 당신에게 있다고,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조용하지만 단단한 응원을 보낸다.

차례

1장
이름의 탄생
사랑의 역사
첫 번째 밤
우리 엄마 아빠는 말을 못해요
꼬마 통역사
물음표 표정
어린 어른
나의 첫 보청기
학교
구구단
브래지어
안내견 체리
못 배운 아이
통화 버튼
끝에서 한가운데로

2장
트라우마
독립이라는 이름의 도피
100 슬기
보이스 피싱
아빠 소리, 엄마 소리
아빠 걱정, 엄마 걱정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엄마의 성장통
외국인이랑 결혼하는 게 좋겠어
수어 통역사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
불쌍한 유손생
꼬치 없는 꼬치
코다
농수저
수어 선생님

3장
식사합시다
상견례 교육
수어 청첩장
결혼식
가족 여행
임신
심장 소리
무례
홈사인
출산
신 유 봄
들을 수 있다는 건
24시간 말 안 하고 살기
열흘 간의 동침
소리의 경계
다정함을 너에게 줄게

책 속에서

‘흘리’, ‘슬리’, ‘휴슬리’······. 또 어떤 날은 ‘흐르리’. 자식의 이름 하나 온전히 말하지 못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어린 시절의 나는 내 이름을 똑바로 불러주는 것만이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엄마가 이 세상에 없는 단어로 날 부를 때마다 차오르는 눈물과 서러움을 애써 삼켰다.
_<이름의 탄생> 중에서, 9쪽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건네받은 육아 수첩에는 ‘아기가 울 때는 이렇게 하세요!’라며 여러 육아 조언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울음을 듣지 못하는 농인 부모를 위한 조언은 단 한 줄도 없었다.
훌륭하다는 의사도, 이미 아이를 여섯이나 키워본 친정 부모도 그 질문에 답을 주지 못했다. 밥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았는데 왜 아기가 끊임없이 우는지 알 수 없었다.
_<첫 번째 밤> 중에서, 26쪽

‘저는 청각장애인이오니 긴급 시 문자 연락 바랍니다.’
나는 아빠의 직업이 목수라는 것과 엄마와 아빠의 다름이 청각장애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가끔 할아버지 입을 통해 ‘장애인’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서 ‘장애’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청각장애’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그 의미가 바로 와 닿았다. 이 잔인한 종이는 새 학기마다 다시 새로 적어 제출해야 했다. 나는 그대로고 엄마와 아빠의 장애도 그대로인데, 담임 선생님과 교실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엄마는 매번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_<학교> 중에서, 57쪽

나는 학교에서 노크라는 것을 처음 배웠다. 우리 집에서는 문고리를 먼저 돌리고, 문이 잠겨 있으면 안에 누가 있다는 의미라 밖에서 기다렸다. 급할 때는 전등 스위치를 끄고 켜는 것을 반복해서 빨리 나와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친구를 부를 때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어깨를 톡톡 쳤다. 엄마와 아빠를 부를 땐 항상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친구가 나를 흘겨보며 “왜 때려?”라고 물었다. 친구들은 그저 이름만 부르면 쉽게 서로를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목소리로만 부르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_<끝에서 한가운데로> 중에서, 97쪽

팬데믹이 끝나고 오랜만에 엄마 집을 찾았을 때, 책상 위에는 여전히 여러 한국어 교재가 놓여 있었다. 엄마는 어느덧 중학교 교재로 진도를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면지 뭉치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나는 그 이면지를 정리하다 우연히 엄마가 써둔 필담 종이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의사선생님, 어깨가 자주 아파요. 밤에 잘 때 아프고, 아침엔 손가락도 부어요. 좋은 약 처방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엄마의 아픔과 못난 딸의 흔적이 종이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_<엄마의 성장통> 중에서, 151쪽

“그렇게 슬프고 눈물이 나는 건 코다라서 그래요.”
“청인들에게 분노하고, 그 안에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것도 코다라서 그래요.”
“슬기만 그런 거 아니에요.”
모두가 그랬고, 모두가 그렇다는 코다 수어 통역사들의 말은 위로가 되었다. 나는 그 이후로 내가 겪는 감정에 ‘코다라서 그래.’라는 말을 붙여보았다.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엄마를 미워했던 것도 가족에게 화를 냈던 것도 집을 떠나 있었던 것도 모두 코다라서 그랬다.
_<농수저> 중에서, 190쪽

결혼식장은 음성 언어와 수어로 가득 찼다. 멀리서 바라만 봐도 시끌시끌했다. ‘이거지.’ 정말 나다운 결혼식이었다.
_<결혼식> 중에서, 223쪽

엄마도 내게 자녀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고민하는 내 표정을 본 엄마는 오히려 아이가 없는 게 낫다고, 둘이서 번 돈으로 여유 있게 사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말했다.
“만약 네가 아기를 낳으면 너한테 못 해줬던 것들 네 아기에게 다 해줄게.”
엄마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_<임신> 중에서, 232쪽

엄마는 점점 불러오는 배를 보며 얘기했다.
“나중 쿠키 태어나면 같이 수어 하겠지?”
“왜 물어봐?”
“할머니 말 못 해 무식 답답해 생각 싫어할 수 있어.”
나는 엄마에게 쿠키가 만약 농인이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다. 엄마는 조금 놀란 표정을 하며 내게 되물었다.
“쿠키? 너? 너 어때?”
“나…… 청각장애 태어나면 잘 키울 자신 있다. 이미 엄마 아빠 키워봤잖아.”
_<무례> 중에서, 243쪽

하지만 몸은 이미 알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의 머리칼을 쓸어내리고 작은 발바닥을 어루만지고 등을 토닥인다. 어디서 배운 걸까 생각하다 문득 배운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모두 내가 받은 것이었다. 누군가의 손끝이 내 몸 어딘가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어 아이를 품에 안으면 손끝을 통해 다시 흘러나온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한 사람에게서 다음 사람에게로, 언어가 아닌 몸으로 전해진다.
_<다정함을 너에게 줄게> 중에서, 284쪽

지은이 소개

지은이 | 유슬기(유손생)

농인 부모의 딸로 태어났다. 집에서는 수어를 쓰고, 밖에서는 말을 했다.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두 세계를 오갔다.
그 경계에서 본 것들을 쓰고, 유튜브 채널 〈유손생〉에서 보여준다.




도서 정보



도서명: <그 집의 언어>

- 부제: 나의 모어와 바깥의 모국어를 잇는 순간들
- 분류: 에세이 > 한국에세이
- 저자: 유슬기(유손생)
- 펴낸 곳: 티라미수 더북
- 상세 서지정보: 288쪽 / 145*205mm / 무선
- 출간 예정일: 2026년 4월 28일
- 정가: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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