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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인간"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세계와 부딪힐 때 생기는 불꽃들을 모았습니다. 완벽한 사람의 이야기는 감동적일 수 있지만, 부서진 사람의 이야기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직접 읽고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서점 주인 단요가 알라딘 독자들에게 권하는 10권의 책

"불완전한 인간"

네이키드 런치
문 앞의 야만인들
와인즈버그 사람들
권력과 영광
베르나데트의 노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도플갱어
헬로 아메리카
크랙업 캐피털리즘
모데란
힌트: 세계, 퓰리처, 해방

단요의 블라인드 북

"어쨌거나 인간에게는 옳다고 가르침받은 것에 순응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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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요의 블라인드 북

그릇된 제도는 그릇된 믿음으로부터 잉태된 뒤 선의를 통해 지속되곤 하는데, 어쨌거나 인간에게는 옳다고 가르침받은 것에 순응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을 떠올리면 번듯하니 좋은 사람이 열렬한 나치 당원이었다거나 노예제의 지지자였다거나 하는 사실은 자연스러운 귀결처럼 느껴진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제도 자체다. ‘노예제의 지지자이지만 자격 있는 흑인은 자유민이 되어 다른 노예를 거느릴 수 있다고 믿는’, 믿음직스럽고 성실할 뿐만 아니라 자비롭기까지 한 백인 남자를 상상해 보라. 이 남자는 흑인 노예 소년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서 농장주로 기르고,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분노한다. 그리고 이 셋이 모두 죽어 사라진 뒤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명백한 악역을 내세우는 대신 제도에 붙들린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내세움으로써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을(더 나아가, 명목과 실질의 충돌을) 정직하게 그려낸다.

예약판매 도서로 4월 21일까지 판매, 23일에 출고 예정입니다.
도서명은 4월 23일 책의 날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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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요의 추천 도서 10권

  1. 네이키드 런치 표지

    네이키드 런치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권지은 옮김 | 민음사

    소설가에게는, 특히 자신의 삶과 세계를 기록하는 유형의 소설가에게는 관문 같은 한 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평생의 기억이 글을 통해 발산되던 끝에 어느 한 점을 향해 수축해 들어가고, 그 점에서부터 다시 무언가가 폭발해 나온다. 버로스의 경우에는 <네이키드 런치>가 바로 한 점이라고 믿는다. 약물 중독과 환각, 현란한 이미지들, 더없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개념들이 육적인 도상을 통해 구체화되는 순간들… 버로스를 처음 읽는 사람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네이키드 런치>가 마음에 들었다면 나머지도 탁월하게 느낄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머지도 일절 읽지 않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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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문 앞의 야만인들 표지

    문 앞의 야만인들

    브라이언 버로.존 헬리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부키

    RJR 나비스코의 CEO인 로스 존슨은 저평가된 회사를 통해 수익을 낼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묘한 판에 뛰어든다. 바로 ‘매수하려는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끌어모아 회사를 통째로 사들인 다음 회사를 분할하여 파는’ 기획에 착수한 것이다(“따서 갚으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도박꾼들처럼). 그리고 여기에 수많은 돈놀이꾼들이 끼어들며 사태는 점점 복잡해져만 가는데…… <문 앞의 야만인들>은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쓰인 금융 논픽션이고, 탁월한 스릴러이며, 금융시장의 의사결정구조와 전략의 교보재다. 무엇보다도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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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와인즈버그 사람들 표지

    와인즈버그 사람들

    셔우드 앤더슨 지음, 김욱동 옮김 | 은행나무

    일본인들에게 혼네와 다테마에가 있다고들 하는데, 미국 중서부 사람들에게는 미드웨스트 나이스(Midwest nice)가 있다. 이들은 친절하고 경건한 사람들이고, 웬만하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거칠게 화내거나 격한 싸움을 벌이는 것은 확실히 그들의 성미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억눌러야만 하고, <와인즈버그 사람들>에 있는 것은 개인적인 연약함이 억눌려 변성된 파편들이다. 기괴하지만 처연하고, 가끔은 웃기고, 결국에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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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권력과 영광 표지

    권력과 영광

    그레이엄 그린 지음, 김연수 옮김 | 열린책들

    대부분의 경우 ‘종교소설’이라는 라벨 아래 묶이지만, ‘종교’소설이냐 종교’소설’이냐는 사실 중요한 차이다. 천상의 도성을 긍정하기 위해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렸느냐, 혹은 천상의 도성과 지상의 왕국 사이의 긴장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그려냄으로써 소설을 성립시켰느냐 하고…… 훌륭한 종교소설은 후자의 방식으로 전자의 목적을 성취하고, <권력과 영광>은 그 모범적인 예시다. 혁명 정부 치하의, 가톨릭 탄압기의 멕시코를 배경으로 신부와 중위의 추격극이 펼쳐지고, 그 추격극은 실상 성과 속의 대결이자 불완전한 은총과 기계론적인 율법의 대결이기도 하다. 어떤 것도 손쉽게 긍정하지 않으면서 희망을 남겨두는 시선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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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베르나데트의 노래 표지

    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 베르펠 지음, 이효상.이선화 옮김 | 파람북

    1858년, 시골 소녀 베르나데트 수비루는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목격하고 치유의 샘을 파낸다. 수많은 사람들이 병을 고치기 위해 모여들고 간증이 잇따르지만 기적을 증명하는 절차는 놀라울 정도로 세속적이다. 광기의 가능성, 사기의 가능성, 악령의 가능성을 순서대로 배제해야 하고, 그 각각의 단계에는 의사와 검사와 성직자가 동원된다. 베르펠은 이 절차를 정면에 내세운다. 내면 묘사를 최소화하고, 심문과 조사와 제도적 반응을 르포의 필치로 기록하며, 베르나데트가 마주한 것이 진실로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다. 신념과 회의를, 신앙주의와 스콜라적 이성을, 민중의 원초적인 열망과 지배자들의 언어를 대비하며 사건을 전개시켜나간 끝에 신중한 소망을 내미는 솜씨가 일품이다. 아름다운 균형을 갖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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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표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바오출판사

    가장 질서정연하고 윤리적인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비윤리적인 인간을 모두 처형한다면 어떨까? 종교개혁 시기 칼뱅의 제네바는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시험대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주사위 도박을 했다거나 예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옥에 끌려갔다. 공포스러운 통치자로서의 칼뱅과, 반삼위일체를 주장하다가 화형당한 세르베투스와, 관용의 기치를 수호하고자 한 카스텔리오의 이야기가 츠바이크 특유의 드라마틱한 필치로 펼쳐진다. 순수한 역사서라기보다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빌려 저자의 주장을 전개하는’ 역사비평에 가까운데(츠바이크는 나치에 저항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그 점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올 만하다. 나는 매력적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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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도플갱어 표지

    도플갱어

    나오미 클라인 지음, 류진오 옮김 | 글항아리

    어떤 글에는 유형화된 서사가 있다. 가령 우리는 알코올중독자 회복자 수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빈곤의 대물림에 대한 르포가 어떤 사례를 거쳐 어떤 결론에 이르를지를 짐작한다. 독자들은 분명히 그런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어떤 글에는 마땅한 형식이 없다(비록 나오미는 이 책에서 정신분석학에서부터 <샤일록 작전>까지, 수많은 레퍼런스를 참조하며 장광설을 풀어내지만). 그런 글을 마주할 때 우리는 미답의 영역을 탐험하는 즐거움과 낯선 깨달음을 한껏 누리게 된다. 좌파 저널리스트 나오미와 극우 인플루언서 나오미의 행동반경이 절묘하게 겹치는 까닭에 사람들이 두 존재의 궤적을 혼동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그 혼동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도플갱어 문학의 계보, 아스퍼거 박사의 양면성, 역사적 사건, 현대 정치의 난국, 그리고 인터넷 환경과 하위문화 들을 굽이굽이 꿰어나가며 탈진실의 시대와 그 출구를 그린다. 가히 바로크적인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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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헬로 아메리카 표지

    헬로 아메리카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한 나라의 역사와 이미지는 묘한 관계를 맺는다. 중국은 이렇다거나 일본은 저렇다거나 하는 말에서 드러나다시피, 충분히 오래된 나라들은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되는 경향이 있다. 시대의 미세한 결이 씻겨 나갈 세월이 있어야만 폭력적일 정도의 단순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영국의 통치에 반발하던 청교도들의 합중국이고, 하늘 왕국의 임재를 바라던 천년왕국주의자들의 땅이며, 서부극과 로드무비의 무대고, 중산층의 꿈이 번창했던 보금자리다. 이 400년간의 역사는 쇠락한 형태로나마 21세기의 미국을 점유하고 있으며, 기술과 금융과 상업주의적인 팝컬쳐 또한 그러한 기반 위에 자라난 꿈이다. <헬로 아메리카>는 그런 미국의 풍경을 80년대 초에 미리 내다본 듯한 초현실적인 걸작이다. 도무지 현실일 수 없는 이미지들에 휩쓸려가다 보면 그것들 모두가 지금 이 순간의 진실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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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크랙업 캐피털리즘 표지

    크랙업 캐피털리즘

    퀸 슬로보디언 지음, 김승우 옮김 | arte(아르테)

    정치와 경제와 국가 주권의 관계에 있어, 가장 통속적인 형태의 이해는 세 개의 항이 서로 긴밀하게 연동된다고 믿는 것이다. 미국을 필두로 한 자유주의-시장주의 체제가 있고, 러시아와 중국을 필두로 한 권위주의-통제 경제 체제가 있다고…… 슬로보디언은 세 개 항을 분리하고 그 사이에 도사린 틈새의 존재를 살핀다. 세계 곳곳의 금융특구와 조세피난처, 기업과 융합한 소국들은 급진적인 시장주의자들의 꿈이자 우리의 현실이다(인간 제도의 멋진 점은, 그것이 모두 계약이며, 계약이기 때문에 현실에 상상력을 투사하는 행위가 곧 현실을 창조하는 행위가 되어버린다는 사실로부터 기인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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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모데란 표지

    모데란

    데이비드 R. 번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문명은 자신이 대체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돌이 나무를 대체하고, 철이 돌을 대체하고, 플라스틱이 흙을 덮을 때, 이전의 질감은 사라지고 단어만 겨우 살아남는다. <모데란>의 세계는 망각 이후의 풍경이다. 대지는 회색 플라스틱으로 포장되고, 인간은 자기 살점을 금속으로 교체하며, 성채의 주인들은 영원한 살육에 매진한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 격렬함이야말로 삶이다. 규격화된, 무미건조한, 위험이든 성공이든 계산과 관리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무탈함과 평안을 제일 가치로 삼는 현대인들과 모데란의 기계들을 비교하면…… 생동하는 세계의 불확실성을 온전히 누리는 쪽은 후자일 수밖에 없다. 포효하는 듯한 에너지로 가득 찬 글이고, 그 에너지 속에서 불쑥 꽃이 피고 살점 심장이 박동할 때 순간적으로 비치는 인간성의 섬광은 각별히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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