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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함윤이

"세계문고"

제 (가상의)서점의 이름은 ‘세계문고’입니다. 어쩐지 소도시 터미널이나 지역 공항 어귀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딘가로 떠나기 전 잠시 들러 책을 사는 손님들도 상상하게 되고요. 그 책은 높은 확률로 여행길에서 읽히겠지요!

세계는 품이 넓고, 고로 이것저것 대입해도 좋은 규모의 단어입니다. 공간 자체는 작으나 계속하여 서가가 변하는, 그래서 세계만큼이나 역동적으로 출렁대며 변하는 서점을 상상합니다.

서점 주인 함윤이가 알라딘 독자들에게 권하는 11권의 책

"세계만큼이나 역동적으로 출렁대며 변하는"

픽션들
거울 나라의 앨리스
플래너리 오코너단편선 12
M/T와 숲의 신비한 이야기
기차의 꿈
진실된 이야기
1900년 이후의 미술사
문예 비창작
도착
머리부터 천천히
이중 작가 초롱
힌트: 죄, 벌, 영혼

함윤이의 블라인드 북

"거대한 손이 짚어준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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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윤이의 블라인드 북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많이 추천된 책 중 하나겠지만, 저의 ‘가상 서점’에 이 책을 제외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소설을 처음 완독한 날 아침이 기억납니다. 순전히 과제를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 이른 아침의 빛을 받으며 독서를 마쳤습니다. “백번 죽었다 태어나도 이런 글은 못 쓰겠다”하고 깨달은 순간의 기쁨도 생생합니다.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변할 수 있는지, 거대한 손이 짚어준 느낌이었습니다. 심판과 구원에 관한 이 책은 출간된 지 15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에게 이야기를 읽는 기쁨과 슬픔, 타자의 삶을 겪을 수 있음의 희망을 제시합니다.

예약판매 도서로 4월 21일까지 판매, 23일에 출고 예정입니다.
도서명은 4월 23일 책의 날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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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윤이의 추천 도서 11권

  1. 픽션들 표지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이 책은 허구로서의 소설, 또는 소설로서의 허구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수많은 갈림길로 보여냅니다. 세 번째 단편, 「툴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의 (가상의) 인용문, “거울과 성교는 사람의 수를 늘리기 때문에 가증스럽다”는 여전히 제게 가장 충격적인 문장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실재와 허구, 거울의 안팎을 잇는 이야기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날 선 빛으로 번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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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거울 나라의 앨리스 표지

    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엘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열둘에서 열세 살 무렵에 그야말로 닳도록 읽은 책입니다. 성인이 되어 읽어도, 이 이야기가 품은 매력은 비할 바 없다는 사실을 매번 깨닫게 됩니다. 거울 너머의 '거꾸로 된' 세계에 진입한 앨리스가 체스의 말이 되어 서로 다른 규칙을 품은 칸과 칸을 지나갑니다. 언어유희와 장난스러운 이미지 속에서 겪는 앨리스의 성장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그렇기에 고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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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플래너리 오코너단편선 12 표지

    플래너리 오코너단편선 12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고정아 옮김 | 현대문학

    '너무 자주 추천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기저기서 예찬하고 다닌 책입니다. 때로는 차디차고 때로는 가혹할 만큼 뜨거운 이야기와 인물들, 삶을 직시하려는 눈길을 마주할 때마다 뒷덜미에 오한이 돕니다. 서른한 편의 수록작 모두 무시무시하며 그런 만큼 매혹적입니다. 이 책 속의 제 '최애'는 시기마다 바뀌고 있습니다. 당장은 「추방자」를 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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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T와 숲의 신비한 이야기 표지

    M/T와 숲의 신비한 이야기

    오에 겐자부로 지음, 심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2026년 4월 현재 기준, 국내에서 (에세이를 제외하면) 제일 최근에 발간된 오에 겐자부로의 장편소설입니다. 그의 소설에서 여러 번 등장한 고향 마을 시코쿠의 신비한 전설과 이를 탐사하는 작가의 아들 오에 히카리의 이야기가 큰 강물과 실개천이 엮이듯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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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기차의 꿈 표지

    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예수의 아들』로도 유명한 미국 소설가 데니스 존슨의 소설로, 최근 넷플릭스 영화로도 공개되었습니다. 철도 건설 노동자이자 벌목꾼인 로버트 그레이니어의 거대한 상실과 그 이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설의 이미지들은 현실과 바싹 맞닿아 있다가도, 돌연 불가해한 신비와 뒤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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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진실된 이야기 표지

    진실된 이야기

    소피 칼 지음, 심은진 옮김 | 마음산책

    오래도록 절판이었던 소피 칼의 책이 새로 출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소피 칼은 제게 한 권의 책이 얼마나 다채로운 매체와 서사를 넘나들 수 있으며, 다양한 비밀과 거짓말을 전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 작가입니다. 일상을 실험하고 감정을 파고드는 그의 말은 지독할 만큼 솔직해 되레 불가사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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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1900년 이후의 미술사 표지

    1900년 이후의 미술사

    할 포스터 외 지음, 배수희 외 옮김, 김영나 감수 | 세미콜론

    저는 독서 모임에 잘 참가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책은 모임이 아니었다면 정말 펼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거대한 책입니다. 884점의 도판과 100여 편의 연도별 에세이가 미와 예술, 정치에 관한 논의를 더욱 첨예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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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문예 비창작 표지

    문예 비창작

    케네스 골드스미스 지음, 길예경.정주영 옮김 | 워크룸프레스

    온라인 아방가르드 아카이브 우부웹의 창립 편집자이자 그 자신도 시인이며 편집자인 케네스 골드스미스의 글쓰기 책입니다. 디지털 환경이 글쓰기의 정의와 방식을 나날이 바꾸는 오늘날, 문학의 '창조성'과 '독창성'의 근간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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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도착 표지

    도착

    숀 탠 지음 | 사계절

    저는 어릴 때도 어른이 된 후에도 늘 그림책이란 장르에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중 숀 탠의 『도착』은 주기적으로 한 번씩 펼쳐보는 그림책입니다. 아무런 글자 없이, 오로지 그림만으로 표현되는 이민자 또는 망명객의 이야기는 해가 갈수록 더 그 의미를 키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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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머리부터 천천히 표지

    머리부터 천천히

    박솔뫼 지음 | 문학과지성사

    이 책이 제게 주는 낯섦은 계속 유효합니다. 누군가 풍덩 빠져든 물 위에 번지는 파문처럼 이어지는 문장, 세계의 층위를 오가는 인물들, 머리부터 천천히 들어가 언어의 전혀 다른 질감과 마주하는 감각은 새로웠고 또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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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이중 작가 초롱 표지

    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지음 | 문학동네

    이미상 작가의 첫 단편을 읽었을 때 저는 '뭔가 이상하다'하고 생각했고, 두 번째 단편을 읽은 다음에는 '대단히 이상하다'라고 느꼈습니다. 이후로는 이 작가가 대체 어떤 이상함을 발굴하여 현실에 균열을 내고 또 다른 세계를 꺼내올까, 매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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