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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입자를 아는 사람이 백 명이라면, 힉스 입자를 아는 사람은 절반이나 될까. 추측이 맞다면, 공로는 이 책에 돌려야 마땅하겠다. 물론 신의 입자를 아는 사람이 백 명이라면, 이 책을 아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을 터, 아마도 이 책이 너무 빨리 도착했기 때문 아닐까. 이 책은 (앞선 백 명의 비유를 이어간다면) 힉스 입자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되지 않았을 때, 그 입자를 신의 입자라 부르며 큰 논쟁을 일으켰고, 이후 <이기적 유전자>와 <코스모스>에 비견되는 과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으니, 거꾸로 너무 늦게 도착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빨리 왔든 늦게 왔든 드디어 이 책이 한국에 도착했으니, 이제 기원전 600년에 시작해 오늘에 이르는 입자물리학의 역사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이론물리학 중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실험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세계와 관점을 접할 수 있고, (손꼽히는 물리학자가 대개 그렇듯) 넘치는 유머와 삐딱한 골계를 주체하지 못하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언 레더먼의 입담을 만끽할 수 있다. 그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모든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다면서, "믿어도 좋다. 내가 언제 거짓말을 하던가?"라며 독자에게 도전장을 보낸다. 거짓말을 찾아낸다면 신의 입자 못지않게 흥미로운 발견이 될 게 분명하다. 여러분의 도전을 기대하고 성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