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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널리, 꾸준히 읽히는 정치사상가는 단연 한나 아렌트다. 게다가 해설서가 아닌 저작이 가장 폭넓게 읽힌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오히려 몇몇 드라마틱한 삶의 변곡점 외에는 생애가 덜 알려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의 사유가 현재로 올수록 더욱 뜨겁게 읽히는 까닭은, 유대인, 여성, 난민 등 시대에 얽힌 이름들에 붙들리면서도, 끊임없이 ‘금’을 밟거나 넘어서며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 때문일 터, 그래픽노블로 그려낸 그의 생애 전체가 새삼 반갑고 그립다.
이 책은 아렌트의 어린 시절부터 말년까지 전 생애를 '세 번의 탈출'이라는 이야기로 담아낸다. 나치를 피해 독일에서 프랑스로, 독일에 점령 당한 프랑스에서 다시 미국으로 망명하는 두 번의 탈출은 널리 알려진 아렌트의 삶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탈출은 무엇일까?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삶과 사상을 교차시키며 새로운 이해와 감각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야기가 끝나는 곳에서 "살아 있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결국 같은" 거라는 아렌트의 말과 "세상에서 우리를 이끌어 줄 유일한 진리나 이해를 위한 묘책 같은 건 없다. 영광스럽고 결코 끝나지 않는 난장판이 있을 뿐이다.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위한 끝없는 난장판 말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만나듯, 아렌트가 보여준 철저한 사유의 실천은 여전히, 뜨겁게,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