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지은 책 냄새를 맡으며 쉬어 가세요"
운영하던 스타트업을 정리한 후 유진은 '인생 일정표에 없었던 선택지'를 집어든다. 소양리에 땅을 사 숙소를 겸한 북카페 '소양리 북스 키친'을 시작한 것. '매화나무 너머로는 굽이굽이 이어진 산등성이가 보이는'(9쪽) 곳에서 유진은 메이브 빈치의 소설 <그 겨울의 일주일> 속 아일랜드의 작은 호텔이 지닌 따뜻함을 꿈꾼다. 유진과 같은 꿈을 꾸며 소양리를 찾는 손님들이 있다. 서른을 앞두고 서로가 달라졌음을 절감하는 대학 절친들, 밝은 겉모습과는 달리 요즘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어린 가수, 암진단을 받은 변호사 등의 사람들에게 유진은 제안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음을 꺼내어 놓고, 그저 쉬어가세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잇는, 다정한 위로를 전하는 소설. 최은영의 <밝은 밤>이 고수리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로, 또 이민진의 <파친코>가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로 이어지는 등장 인물들의 책 수다를 따라 읽으며 꼭 이런 곳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이런 음악을 듣고, 이런 비를 맞고, 이런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나마 소양리의 볕을 느낄 수 있는 책. 갓 지은 잘 익은 책 냄새가 꼭 풍겨올 것만 같다.
- 소설 MD 김효선 (202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