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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개월 전 세상을 떠난 아내가 운영하던 음악 학원을 정리하기 위해 방문한 린쌍은 그곳에서 은은한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학원에서 운영되던 수업들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하나둘씩 끝나고 선생들도 학생들도 남아있지 않았을 터, 아내의 뵈젠도르퍼 업라이트 피아노에 앉아 아내와의 추억이 깃든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연주한 것은 뜻밖에도 야구모자를 눌러쓴 중년의 피아노 조율사였다.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뛰어난 실력에도 학원의 교습 제안을 거부하고 피아노 조율을 맡고 있다고 한다. 린쌍은 연주를 마친 조율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에 빠졌고, 이윽고 조율사가 입을 열었다. “린 사장님, 댁의 스타인웨이는 괜찮습니까?”
타이완 주요 문학상을 휩쓴 궈창성의 장편 소설이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포기한 마흔세 살의 피아노 조율사와 아내의 죽음 이후 아내가 남기고 간 피아노 때문에 그를 만나게 된 예순의 사업가가 피아노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공명의 방정식을 갖고 태어나며, 그것을 사랑 또는 신뢰라고 부른다는 말을 등에 지고 실망과 갈망 속에서 헤매는 피아노 조율사의 이야기를 음표처럼 우아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그렸다. 삼십 대 때 더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작가가 십삼 년 동안 내면 깊은 곳의 회의감, 상처의 누적에 따른 피로와 미망을 마주한 결과로 내놓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