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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 몇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못 본 척 지나가기, 안전선 바깥에서 구경보기, 잘못을 지적하며 변화를 요구하기,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이들과 힘을 모아 대항하기. 뒤로 올수록 어려운 선택이지만, 내 문제에 가까울수록 뒤에 있는 선택지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어느 쪽을 택해도 결과가 쉽게 달라지진 않는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잘못된 틀을 깨고, 당연하게 이루어져야 할 합당한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최규석의 <송곳>은 신념을 잃지 않으려다 세계의 질서에 부딪히는 인물 이수인과 그런 세계의 빈틈을 파고들어 강자와 약자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인물 구고신을 통해, 빼앗기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우는 ‘살아 있는 인간’과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 걸음 내딛고 마는 ‘송곳 같은 인간’을 보여준다. 인간다운 선택을 하며 인간답게 사는 일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마주한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이 움찔한다면, 아마도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 당신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인간 대접을 받고 싶다는 소망은 소박하지만, 인간 대접을 받기 위해 싸우는 일은 여전히 특별하다. 이 책은 소박하고 특별한 일이 별개가 아님을, 네 일과 내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임을 보여준다. 불쑥 튀어나온 송곳이 무엇을 찌를지, 화들짝 놀란 이들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