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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제 몸 하나 건사하는 데 모든 걸 쏟아붓는다. 그럼에도 몸이 바로서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측정의 범위를 세분하거나, 바로선 듯 보이는 다른 이를 보며 남아 있지도 않은 무언가를 끌어모아 다시 쏟아붓는다. 이제 어느 정도 따라갔다 싶어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들면, 그새 새로운 기준이 나를 함량 미달로 만든다. 슬픈 일이다.
그런데 이게 다 내 탓인가? 나는 열심히 노력하고 애썼는데 왜 내가 죄인처럼 느껴지는가. 잘 살아보려 노력하는데, 왜 종종 억울한 심정에 빠지고, 그럼에도 다시 긍정의 힘으로 그곳에서 빠져나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걸까. 이것도 다 내 탓인가? 이 책은 이루지 못할 가능성에만 매달리는 데에서 벗어나 이미 벌어진 부족함과 실패와 고통과 이로 인한 무력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나에게만 집중하느라 보지 못한 세계가 비로소 드러나고, 더 나은 삶을 준비하다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 삶의 현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병이 세상의 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하지 않는 진단과 치료법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 홀로 건강하고 다른 모두가 병든 세상을 상상하며 행복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