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브래드버리가 평생 아껴온 작품"
'시월의 저택'에는 수천 년의 기억을 간직한 이집트 미라 할머니,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아버지와 결코 잠들지 않는 어머니, 세상의 모든 존재에 깃들 수 있는 누나, 인간 소년 티모시로 이뤄진 조금 기묘한 가족이 살고 있다. '귀향 파티'라 불리는 명절 핼러윈을 맞아 전 세계의 유령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들고, 특별한 능력이 없는 티모시는 독특한 가족들을 부러워하고 유한한 삶을 슬퍼한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친척들과의 만남과 사건들 속에서 삶과 죽음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다.
레이 브래드버리가 1945년부터 여러 잡지에 발표했지만 좀처럼 출판까지 이어지지 않은 단편들을, 새로운 글과 편집을 더해 연작소설 형태로 완성한 특별한 책이다. 55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완성된 <시월의 저택>을 읽다 보면, 작가로서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젊은 브래드버리와 원숙한 거장 브래드버리가 이룬 특별한 '협업'을 마주할 수 있다. 스스로를 현실과 환상이라는 '두 세계의 주민'이라 여겼던 작가에게 티모시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존재이기도 하다. 핼러윈을 기다리던 소년과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하는 청년, 아름다운 추억 하나하나가 기쁨인 노인의 모습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소설 MD 권벼리 (2018.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