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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제2외국어를 공부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영어권이 아닌 국가로 여행을 계획했다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갑자기 순례를 떠나고 싶었거나, 아니면 단순한 지적 호기심 혹은 영어의 대안, 나만의 무기로서 제2외국어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그러한 우리의 생각은 금세 회의적으로 돌변한다. 영어부터 완벽히 익힌 다음에 해야겠다고 유보하거나, 지금 시작해서 언제 제대로 써먹겠냐며 접어 버리기 일쑤인 것.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를 찾는 시간에 공부를 했더라면 벌써 제2외국어 하나쯤은 마스터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저자 손미나는 그것은 대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힘들다는 편견도 마찬가지다. 30대 중반에 프랑스어를, 40대에 이탈리아어를 시작했다는 저자 앞에서 나이탓은 그저 핑계에 불과하다. 우리 뇌의 언어 능력이 70대에 비로소 최고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는 여기에 조바심을 덧붙이고 싶다. 언어 공부는 시간과의 싸움인데 시작부터 반을 원하는 것이 우리다. 뭐 좋다, 시작이 반이다. 나머지 반을 버틸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인내와 습관의 힘이 이 책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