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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작 <뿌리>의 한 장면. '꽃나무와 풀꽃들의 뿌리가 땅속에서 서로 엉켜있다' 바람이 고집스레 뽑아버려도 채 뿔리지 않는 어떤 결속. 이제 우리는 뿌리가 되어, 울고 웃으며, 이 연결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채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함지를 머리에 이고 시장으로 가는 행상의 어머니를 (<아침은 생각한다>), 시든 풀 같은 잠을 덮고, 세상을 위해 일만가지의 일을 한 (<아버지의 잠>) 아버지를 우리는 안다. 가만히 나란히 눕던, <가재미>의 그 고요함으로 문태준의 시는 '시든 풀'처럼 잠든 이의 뒷모습을, 채 잠들지 못한 이의 '깊은 골짜기'를 이야기한다. 그래도 이렇게 울고 웃으며 함께 살아보자고. 밤의 적막이 지나면 아침, 그렇게 문태준의 시와 함께 아침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