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9년 만에 출간된 김연수 소설집. 새카만 밤하늘을 향해 노를 젓는 두 사람을 본다. 새카만 밤하늘 정 가운데의 동그란 달을 향하는 사람들.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단편 <진주의 결말>의 등장인물 유진주는 한때 범죄심리학자인 내가 했던 말을 인용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고, 마찬가지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97쪽) 오랜 시간을 지나 만난 김연수의 소설은 계속 이 가능성을 탐색하며 노를 젓는다. 달까지 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진주의 결말>
그럼에도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김연수의 인물들은 기어코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는' 사람들이었다. 사회적 재난과 방역을 지나 2020년대를 맞은 우리. 표제작 <이토록 평범한 미래> 속 김연수의 사람들은 이제 설산이 아닌 타임라인을 넘는다. 그들은 현재를 바꾸기 위해 미래를 기억하고, "용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할 때 가능해집니다."(30쪽)라는 아포리즘을 묵상한다. 제주도로 유배를 간 정난주 마리아에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수난을 환대하는 바르바라의 마지막처럼, 담대하게 현재를 바라보며 다음 바람(세컨드 윈드)를 기다리며 삶을 소화한다. "언젠가 세상의 모든 것은 이야기로 바뀔 것이고, 그때가 되면 서로 이해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게 되리라고 믿는 이야기 중독자"(115쪽)들은 그렇게 노를 젓는다. 저 달을 향해.
- 소설 MD 김효선 (20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