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는 1899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문학을 읽고 나비를 연구하던 그의 삶은 러시아혁명과 함께 뒤틀렸다. 혁명과 나치를 피해 망명자가 된 나보코프는 생계를 위해 미국에서 러시아 문학을 강의했다. (그는 <롤리타>의 성공 후 교수직을 그만두고 비로소 전업작가의 길을 택한다.) 2012년 출간 후 절판, 많은 독자가 기다린 나보코프의 러시아문학 강의록이 2022년의 독자를 찾는다. "21세기의 러시아가 지금보다는 더 매혹적인 나라가 되어 있기를 기대한다"(12쪽)고 말한 나보코프의 말과 함께.
나보코프는 투르게네프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그는 읽기 편한 작가일 뿐 위대한 작가는 아니다."(144쪽) 반면 체호프에 대해선 이렇게 평한다. "고리키는 교과서에 이름만 남아있겠지만 체호프는 자작나무 숲, 노을, 그리고 글쓰기를 향한 열정이 남아 있는 한 오랫동안 살아 있을 것이다."(455쪽) "소리가 주는 강력한 느낌을 들려주려고 수업 중에 톨스토이 작품을 러시아어로 직접 읽어"(17쪽)준 나보코프의 수업을 상상해본다.
"왜 신은 그토록 선량한 천성과, 슬프고 착하고 따뜻한 눈동자를 이 사람들, 이렇게 나약하고 불쌍하고 불행한 인간들에게 주셨을까요? 근데 난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좋지요?"(456쪽) 체호프의 인물을 예를 들어 나보코프는 좋은 문학을 설명한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넘어지는'(462쪽) 사람들. 이 사랑스러운 나약함의 귀함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문학을 읽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