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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조 씻기기>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며 첫 시집을 낸 황인찬의 신작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 이후 4년 만에 시집을 엮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종종 우리는 말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의 시 속 화자는 그 말을 떠올리며 소쇄원을 거닌다. '우리가 함께' 소쇄원에 갔다면 서로의 사진을, 꽃과 나무를 찍으며 '그게 이 시대의 아름다움이겠지' 생각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도 없고 우리도 없고 사진도 없다. 다만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몇 장의 사진들 말고'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생활은 여름밤의 반딧불이 점멸하다 사라지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끝나게 된다' (<인화> 부분) 이 '갑작스럽게'를 한참 붙잡고 불현듯 끝나버린 것들이 남기고 간 자욱을 나 역시 떠올려 보았다. 그 자리를 더듬으며 시를 읽는 내내 마음이(황인찬의 시처럼 말한다면 내 마음이라고 할 만한 무엇이) 저렸다.
'사진 속에 남아 고정되고 기억 속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이미지들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사랑하고 너무 좋다고 생각하며 너무 좋아하면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부분) 이 순간이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했을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이곳에 없다. '(다 날아가고 눈 코 입만 남은 사진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날들의 기억)' (<이미지 사진> 부분)만 괄호 속에 머물뿐. 이 부재한 자리에 놓인 것을 마음이라고 하면 어떨까. 머뭇대며 그것이 지나간 것인지, 흘러간 것일지, 옮겨간 것일지, 부재하는 것일지 생각하는 동안, 아름다움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