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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딱서니 없는 세상, 웃음으로 한 대 패주기"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편의 중.단편을 묶은 소설집.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능청과 재치, 고전소설식 인물소개가 주를 이룬다. "황! 마안-그은 백분, 찝원, 여끈, 팔푼, 두 바리"란 주제가가 울려퍼지고, 드디어 성석제의 개인기가 시작된다.
반푼이 만근, 그와는 열 댓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 철부지 어머니, 싸가지 없는 아들이 명랑 극장의 주인공들. 이들의 합심 연기는 구봉서, 서영춘 콤비를 뺨친다. 소설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다.
웃음에도 인이 배길 무렵, 작가는 본격적으로 농가 부채를 거론한다. 정부에서 대주는 농어촌 대출이 농민을 더 괴롭게 한다는 철퇴와 같은 호통. 또릿또릿한 목소리로 작가를 대신하는 이가 만근인 걸 보니, 그는 본래 반푼이가 아니었나 보다.
뭐, 만근이가 반푼이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다. 반푼이 같은 사람이 오히려 사태의 본질을 더 잘 꿰뚫어 보는 법이니까. 이런 저런 논리에 둘러싸여 있어도 알맹이는 언제나 단순명쾌하지 않던가. 그래서 겉으로 똑똑한 척, 영리한 척 하는 사람들이 늘 더 크게 속는다. 국가에 속고, 은행에 속고, 사람에 속고.., 그래놓고도 만근이 같은 이를 흉보고 다니니, 세상은 참으로 요상한 곳이다.
그에 대면, '천애윤락'은 복잡다단한 사람의 속내를 지도처럼 펼쳐 보여준다고 할까?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부자 친구가 해를 더해 갈수록 베푸는 것 없이 마음이 짐, 물질적인 짐이 되어가는 과정을 심심찮게 그린 소설이다.
막상 외면하자니 마음이 짠하고, 도와주려니 그 골치아픈 삶이 이해가 안 돼서 주인공은 화가 치민다. 살면서 이런 일 한번 겪어보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애저녁에 인정을 불살라 먹은 놈이거나 원래부터 친구가 하나도 없던 자식일게다. 그만큼 흔하디 흔한 이야기다. (그래서 제목도 '모두 다 아득히 먼 곳을 떠도는 외로운 사람 어쩌자고 서로 만나 알게 되었는가'라고 붙였다지...)
이 2편의 소설을 소개하는 데만도, 이렇게 많은 지면을 쓸 수 있다. 그만큼 소설의 재미가 읽고 난 뒤에 더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소설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그 소설의 광고주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이 책을 읽어도 좋다. 그리고 광고주 마음대로 광고를 찍도록!! - 최성혜(2002-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