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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보동물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 '공간 탈출'이 불가할 때, '시간 탈출'을 한다. 몸속의 물기를 98%까지 제거해 바싹 마른 상태로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가 먼 미래에 몸에 물이 닿으면 비로소 다시 살아난다. 소설 <삼체>를 읽은 독자라면 게임 속 인간들의 충격적인 '탈수'와 '입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류츠신이 완보동물을 참고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구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어떤 생명체는 실제로 그 '탈수'와 '입수'를 하고 있다.
아직 놀라긴 이르다. 이 책엔 인간이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 제 나름의 방식대로 생존하는 동물들이 잔뜩 나온다. 영하 18도의 겨울에 몸 안의 물을 얼려 거의 죽은 상태가 되었다가 봄이 오면 다시 해동되며 살아나는 송장 개구리, 극고온의 사막에서 엄청난 스피드로 달리면서 몸이 땅 위로 잠시 떠오르는 순간 열기를 덜 받는 방식으로 살아남는 사하라은개미... 상상하지 못한 생존 방식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입을 떡떡 벌리게 된다.
저자 알렉스 라일리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시기를 헤쳐 나오는 데" 이 책을 쓰며 만난 생명체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강인한 생명력이 지닌 에너지는 전염되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 또한 제 각자의 존재론적 위기를 돌파하는 데에 모종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감히 단언한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로부터. "탈수 상태의 작은 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완보동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다. 그저 견딜 뿐이다." 경이로운 세상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써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