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산가옥의 유령>,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의 장편소설. 외계인이 지구를 멸망시킬 것, 절벽이 세계의 가장 행복한 지점으로 보내줄 것을 믿는 컬트 종교 집단 '녹색 절벽'과 단체가 일으킨 사건을 중심으로 독자까지 믿음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호러, 오컬트, 추리, 스릴러, SF에 유머까지 끼얹은 군침 도는 이야기를 스파게티 소스처럼 팔팔 끓였다.
고립된 산간 지방에 사는 고등학생 '오연'은 가벼운 교통사고 이후 사람들의 얼굴이 왜곡된 현상으로 인식된다. '오연'이 유일하게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친구 '제언'. 교생 '주연'이 둘 사이 의미시심장한 말을 던지며 '오연'은 지루할 정도로 평화로운 이 세계에 위화감을 느낀다. '여기선 둘이 많이 친한가보다', 자신과 제언이 친하지 않은 '저기'가 있다는 말일까? 소설은 악몽과 요설을 오가며 '저기'로 함께 가자고 오연과 독자를 유혹한다. "안전한 곳, 그리운 곳, 행복한 곳, 고통스럽지 않은 곳, 꿈꾸었던 곳으로 함께 갑시다."
"방역자들의 도착 예정일은 인간 달력 기준 40년 후인 2015년 8월 8일. 그날 인류는 멸종한다." (122쪽)
맹신과 불신을 오가며 소설은 '그 날'을 향해 앞면과 뒷면을 뒤집으며 서서히 간다. 이런 작품에 끌려본 일이 있다면 조예은의 소설을 주목하라. 윤태호의 웹툰 <이끼>, 연상호의 드라마 <지옥>, 맥스 커틀러의 논픽션 <컬트>, 시라이 도모유키의 미스터리 <명탐정의 제물>,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신앙>, 나홍진의 영화 <호프>... 작품이 삐딱선을 타는 순간 속절없이 매혹되는 컨텐츠 수용자라면 초록의 빛에 눈이 머물 수밖에 없다. 함께 읊조려보자. 오콰아키세팔롭디아크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