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얼마간의 유명세를 지닌 40대 남성 작가 오스카는 우연히 파리 브르타뉴 거리 테라스에 앉아 있던 배우 레베카를 보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동경하던 배우가 나이 들어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지고의 아름다움이 완전히 몰락해 버렸다.’며 레베카의 외모를 폄하하는 글을 SNS에 올린다. 이를 발견한 레베카는 오스카에게 메일을 보낸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로 시작하는 레베카의 메일은 오스카에 대한 저주의 말로 가득했다. 이후 오스카는 답장을 통해 사과와 함께 사실은 유년 시절 자신의 누나와 레베카가 친구 사이였음을 밝힌다. 이후 두 사람은 몇 차례 더 메일을 주고받으며 날 선 이야기를 이어갔고, 그 와중에 오스카가 자신의 도서 홍보 담당자 조에로부터 미투 고발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오스카는 자신의 무결함을 호소하고, 조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페미니즘 블로그를 통해 폭로를 이어 나간다. 성별, 세대, 계급 등 다양한 요인으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세 사람 사이에서 메일은 계속해서 오가고, 세 사람은 치열하게 반목한다.
여성이자 비주류로 살아오며 겪은 폭력과 차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온 데팡트 신작 소설.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세 주인공, 오십대 여성 배우 레베카, 사십대 남성 작가 오스카, 이십대 여성 블로거 조에를 통해 지금 가장 뜨거운 혐오 문제를 신랄하고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소설은 첫 시작부터 끝까지, 세 사람이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편지의 작성자인 세 사람의 시점을 넘나들며 여성과 남성, 청년 세대와 기득권 세대, 노동 계급과 부르주아 계급, 미투 고발자와 미투 가해자 등 전혀 다른 상황과 처지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를 일인칭 시점으로 가감 없이 담아낸다. “프랑스 문단에 다시 노벨상의 기회가 온다면 그 영광은 데팡트의 몫이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프랑스 현지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피의자는 언제나 희생자인 척합니다. 연대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퍼뜨립니다. 그 사이에 ‘인정’은 있을 수 없다고요. 그들에게 여성은 이상한 성이자, 적에 해당하는 성별입니다.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우리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