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그린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은 작가 펀자이씨의 트레이드마크다. 2022년 인스타그램에 연재한 이야기들을 모아 <어디로 가세요 펀자이씨?>와 <외계에서 온 펀자이씨> 두 권의 책으로 독자들을 만났고, 이번에는 그중 엄마 이야기를 따로 모아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 1권과 2권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의 일상이 펀자이씨툰 특유의 개성 있는 그림과 따뜻한 시선으로 담겨 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주는 혼란과 상실감은 무겁고 낯설지만, 펀자이씨는 그것을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낸다. 엄마의 엉뚱한 말과 예기치 못한 행동들, 그 속에 녹아 있는 가족 간의 애정과 웃음을 따라가다 보면, 슬픔보다는 삶의 온기를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기억은 희미해져 가지만 순간순간 반짝이는 감정과 가족간의 끈끈한 마음은 여전히 선명하다는 메시지는 책을 읽는 내내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그 잔잔한 울림은 독자에게도 자신만의 ‘순간’을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여운이 되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 에세이 MD 도란
이 책의 한 문장
엄마는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설명하고 사진을 보여드려 기억을 채우려도 해도 마치 그림의 떡.
매번 재회의 기쁨이 크고 만남이 즐거워도 오래 쌓인 그리움이 해소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감정조차 수 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엄마는 때로는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였고 때로는 '현재'라는 순간에 갇혀버린 것처럼 보였다.
주거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들은 대개는 우리가 부동산을 바라보는 복잡하고도 모순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집은 살기 위한 것이지, 돈벌이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라는 이상적 원칙과 "다른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부동산에만 몰릴 수밖에 없다"라는 냉혹한 현실 사이의 괴리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관점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부동산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한국에서 부동산을 둘러싼 근본적 갈등은 결국 '살 곳을 마련하는 문제'와 '재산을 불리는 문제'라는 두 가지 상반된 필요가 한 공간에서 충돌하면서 생겨났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일반인의 소득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그렇다고 다른 곳에 투자하자니 주식은 변동성이 크고 예금 금리는 인플레이션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부동산만이 유일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이런 구조적 딜레마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시대가 반드시 풀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동산 시장의 호황과 불황, 정책 변화와 경제 위기를 모두 겪어온 1세대 투자 전문가 김사부는 이런 사회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감정적으로 뛰어들거나 남들 따라 하는 무작정식 투자가 아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한 부동산 투자 접근법을 강조한다. 한국인에게 부동산은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존적이고 절박한 과제인 동시에, 평생 모은 돈을 안전하게 불려서 진정한 경제적 자유와 여유로운 삶을 얻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투자 도구인 듯하다. 이 책은 부동산을 둘러싼 끝없는 사회적 논쟁과 개인적 고민의 늪을 뛰어넘어,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정부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투자 철학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실행 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진정한 경제적 독립과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명확하고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해답을 제공한다.
결국 중요한 건 타이밍이 아니라 준비라는 생각이 든다. 묵묵히 공부하고 흐름을 지켜보면, 언젠가 나에게도 기회의 문은 열릴지 모른다. 오늘은 그 기다림을 시작해 본다.
- 경제경영 MD 김진해
저자의 말
"단언컨대 이 책에서 소개하는 투자법은 평범한 사람도 반드시 실현할 수 있다. 이미 이 전략을 활용해서 무수히 많은 성공 사례가 탄생했고, 이제는 당신 차례다."
<다른 사람>, <화이트 호스> 등의 작품으로 한국사회라는 공간에서 여성으로 존재하는 공포를 신들린 듯 받아적은 소설로 작품 목록을 쌓아온 소설가 강화길이 4년 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소외된 소도시, 만병통치약을 파는 교회, 학교 수영장, 자연주의 치료원 등의 공간을 배경으로 서로를 잊지 못하는 여성들의 끈적이는 눅진한 감정이 교차하며 강화길이라는 세계의 한 분기점을 찍는다.
열다섯 살 가을, 박지수는 살이 찌면서 세계와 불화하고 비로소 부피만큼 존재감을 얻는다. 모두가 사랑하는 소녀 '해리아'가 지수를 알아본 것에 감격하던 날도 잠시, 수영장에서 벌어진 사고 이후 지수는 다시 세계와 불화한다. 그는 몸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통제에 능한 마른 여자가 되어 먹고 굶고 토하고 통증을 겪는다. 이유 모를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그는 자신의 최초의 기억이 머무는 곳으로, 호랑이 굴로 스스로 간다.
살면서 겪게 되는 많은 일에 원인이 없음에도 몸에 문제가 생기면 세상은 그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으라 말한다. 몸이 너무 커지거나, 너무 작아지거나, 몸이 아프거나, 몸이 기능하지 않는 건 모두 너무 많이 먹어서, 너무 적게 먹어서, 운동하지 않아서, 마음을 편히 먹지 않아서 벌어진 개인적인 문제다. 몸이라는 감옥에 갇혀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몸은 전쟁터가 된다. 2015년 이후 10년이 지났다. 2025년의 새로운 독자들이 다시 강화길이라는 호랑이굴의 입구에 선다. 소설 속 여자들은 해적판 소설과 설화와 도서관에 놓인 오래된 책을 쥐고 세계에 맞선다. '호랑이 뱃속에 들어간 여인들'은 살점을 베어물고 뚜벅뚜벅 전진한다. 나아갈 걸음걸음, 그렇게 '치유의 빛'이 비칠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왜요? 제가 제 몸을 너무 함부로 대해서요? 그래서 이렇게 된 건가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제가 마음대로 다를 수 있는 건 오직 몸 하나뿐이었어요. 아니에요? 그러면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죠? 다들 잘했다고 하던데요. 날씬해졌구나. 잘했다. 적게 먹는구나. 잘했다. 운동하는구나. 잘했다. 열심히 사는구나. 잘했다. 다들 저를 좋아했어요. 그제야 저를 좋아하더라구요. 제가 착각한 건가요? 그 사람들도 거짓말을 한 거예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늘 먼저 떠나는 삶을 선택한 발레리나 나탈리아.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난 아버지처럼 그는 도시에서 도시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끊임없이 떠돌며 세계 최고의 무용수가 되었다. 그러나 가장 눈부신 순간, 치명적인 사고로 무대를 떠난다. 그리고 2년 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그녀 앞에 과거의 사람들이, 자신을 가장 높이 올리고 다시 밑바닥으로 끌어내린 사람들이 유령처럼 나타난다. 잊고 싶었던 사랑과 경쟁, 그리고 무대 복귀 제안. 자신을 망가뜨릴 뻔한 세계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영영 떠날 것인가. 떠도는 삶의 끝자락에서, 나탈리아는 인생 마지막일지도 모를 선택 앞에 선다.
<작은 땅의 야수들>로 2024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한 김주혜 신작. 소설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파리 세 도시를 무대로 완벽한 비상을 꿈꾸는 한 무용수의 치열한 생을 따라간다. 야수가 포효하던 작은 땅에서 독자의 심장을 뛰게 했던 작가는, 이번엔 밤새들이 날아오르는 러시아의 발레 도시로 우리를 데려간다. 시공간이 달라져도 고통 속에서 인간이 끝내 품어내는 존엄과 열망, 삶의 정수를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화려하고 대담한 문체는 여전하다. 가난과 결핍을 딛고 세계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가 되었지만, 그에 따르는 대가 또한 짊어져야 하는 나탈리아. 예술가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비추는 이 이야기는 시련 속에서도 끝내 품위를 잃지 않는 인간의 숭고함에 대한 비유이자, 깊은 상처를 감내할 만큼 간절한 순간을 지나온 우리 모두의 찬란한 삶에 대한 은유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아무리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도 끝이 있는 법이다. 사실, 위대하려면 반드시 끝나야 한다.
그러나 삶에는 결코 끝이 없다. 한 가닥의 실이 매듭지어지고 다른 가닥이 끊기더라고, 영원히 흐르는 음악에 맞춰 계속 엮이며, 오로지 무한대의 높이에서만 그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