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 노동에 대한 분석"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이승윤 지음 / 문학동네
한국 사회에서 자라난 우리는 스스로를 노동자로 정체화하는 힘을 잃었으나, 대부분의 우리는 노동자다. 그리고 우리 중 많은 수는 불안정 노동자일 것이다. 불안정 노동자라는 단어는 역시나 한국 사회에서 자라난 우리에게 왠지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만, 구체적인 직업들을 나열 해보면 익숙하다. 프리랜서, 비정규직, 유튜버, 플랫폼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세상이 빠르게 바뀌면서 기성의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노동 형태들이 늘어나고 있다. 말인즉슨 불안정 노동자가 는다는 말이다.
법과 제도가 보호하는 전통의 일자리 바깥에서, 불안정 노동자들은 일할수록 가난해지고 있다. 불안전 노동 연구자인 저자 이승윤은 이 시대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적 특수성과 사회적 안전망의 허술함에 대해 면밀히 분석한다. 이 책의 특장점은 누가 읽어도 어렵지 않고 선명하게 이해가 된다는 점이다. 그는 불안전 노동의 특징을 시간과 돈이 모두 부족하다는 뜻인 '이중빈곤'으로 개념화하거나,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한번 안정적인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면 재진입하기 어렵고 삶의 구성 요소들이 망가지는 상황을 '미끄럼틀 타고 쭉 미끄러진'다고 표현하는 등 단순하면서도 현실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는 쉬운 전달을 위해 분석의 디테일들을 뭉뚱그리진 않는다. 명확한 데이터와 당사자 발언의 인용들을 통해 그는 현실 노동 문제의 입체적인 모순들을 꼼꼼히 지적한다. 다루는 주제들의 광범위함, 문장의 선명함, 분석의 성실함을 모두 따졌을 때, 이 책은 불안정 노동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돕기 위한 교과서적 위치에 놓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부에서 그는 연구자로서의 딜레마와 윤리적 고민들을 솔직하게 풀어 놓는데, 이 글에서 드러나는 윤리적 태도는 책 전체의 신뢰도를 높인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한국에서는 아픈 노동자가 가난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안전판이 현저히 부실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1940년대부터 무상의료가 도입된 영국에서는 아파서 가난해지는 경로를 막아주는 공공의료라는 안전판이 존재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현재까지도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이 문제되기 때문에 아픈 노동자가 가난해지는 것을 막기 어렵다. 건강보험 혜택이 환자들의 병원비에 충분한 보탬이 되지 못한 결과, 중산층도 큰 병에 걸리면 빈곤층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른바 한국의 ‘재난적 의료비’에 관한 연구들은 과도한 의료비 부담으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지거나, 질병 탓에 빈곤층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상황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더욱이 대부분의 OECD 회원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상병수당’이 존재하지 않는다._「아프니까 가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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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연구자인 그에 대한 대한민국 주류 학계의 인정이 굼떴을 뿐, 이승윤은 불안정노동과 사회보장 연구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연구자다. 이번에 출간된 그의 연구 노트에는 모순을 직시하되 쉽게 냉소하지 않는 지식인의 건강함이 배어 있다. - 조문영, <빈곤 과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