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세계, 공명하는 기억”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시선이 교차하는 결정적 순간
『근접한 세계』의 공동 키워드는 ‘윤리적 갈등’이다. 인간은 불가항력적 상황 앞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그리고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인간다움에 가까워지는 것일까, 하는 문제적 질문이 두 작가의 작품을 관통한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정적 순간」에서는 한 인간의(더 나아가 한 사회의) 운명을 바꾸어놓을 수 있는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을 다루며, 인간이 겪는 윤리적 갈등의 양상을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김연수의 「우리들의 실패」에서는 ‘윤리적 갈등’ 앞에서 인간의 선택이란 하늘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한 채 제사에 사용되는 한낱 ‘짚으로 만든 개’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인간의 선택에는 불가항력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풍부한 서사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또한 마지막에 수록된 두 작가의 문학적 대화는 언어와 문화를 넘어 동시대적 질문을 공유하게 하며, 서로의 텍스트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낯설고도 긴밀한 감각을 통해 두 세계가 연루되고 확장되는 결정적 순간으로 독자들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