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픈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노년기 남편 노문성 씨가 있다. 부부는 둘만의 역사를 써 내려가며 최선을 다해 젊은 날을 살았다. 삶의 끄트머리에서도 더 나은 쪽을 선택하려 애썼던 부부, 아내는 죽음과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였고 남편도 그 뜻을 존중해 아내의 존엄을 지켜주려 했다. 하지만 아내가 떠나고 슬픔과 우울감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별의 슬픔에 주저앉을 수 없었던 남편은 아내를 생각하며 두서없는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랑과 우정, 고마움과 미안함, 희생과 헌신… 두 사람을 둘러싼 많은 추억이 글이라는 형식으로 모이자 마침내 아내를 애도하는 한 권의 책이 마무리되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언뜻 평범하고 일반적인 듯 보이지만 깊이 음미하면 그렇지 않다. 그 글에는 둘이 한마음으로 만들어간 한 가족의 역사가 있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사랑해 온 특별한 날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후와 질병, 간병을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돌봄과 죽음, 그 이후의 모습 속에는 한없이 특별한 온기가 머문다.
1956년도에 부산 초량에서 태어나 열다섯에 서울로 올라왔다. 고등학교, 대학교, 군 생활까지 잘 마친 뒤 공무원으로 사회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서른에 아내 박선영을 처음 만났다. 집안끼리 소개로 만난 관계지만 첫 만남부터 둘은 서로에게 깊은 호감을 느꼈다. 3개월 만에 식을 올린 부부는 1년 뒤 두 살 터울로 아들과 딸을 낳아 길렀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지은이는 남편으로, 가장으로 최선을 다해 가정 경제를 책임졌다. 삶에 우여곡절이 찾아올 때마다 아내는 곁에서 한결같이 남편을 응원했다. 이제 둘이 잘 늙어갈 일만 남았다고 느꼈을 때 갑자기 아내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다. 그 뒤 깊은 우울감에 시달리던 남편은 정신의학과 의사인 선배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틈틈이 적은 글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