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시작점인 2001년, 서울역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고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던 ‘이동권’을 요구하며 대한민국 사회에 출현한 중증장애인들. 그들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급진적인 운동의 역사를 써왔다. 그리고 세계를 온몸으로 멈추며 조금씩 ‘이동’시켰다. 이 운동의 한가운데 있었던 여섯 명 전사들의 삶, 투쟁, 목소리를 지극하게 엮어낸 『전사들의 노래』에는 우리가 지향하는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비전과 윤리가 담겨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이 원하는 건 장애인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 누구도 뒤에 남겨지지 않는 해방의 공동체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