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성과 홀로코스트를 추천하는 이유
계엄에 반대해 사직서를 낸 법무부 감찰관이 말했다. “위법한 계엄에서 출발한 명령”에 따라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은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운영하는 간수”와 다를 바 없다고. 그는 “극단적인” 예로 들었으나, 지그문트 바우만은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이야말로 도구적 합리성이 관료제로 구현된 현대 사회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건임을 역설한다. 가자(Gaza)에서 대한민국까지, 도덕적 책임과 기술적 책임을 맞바꾼 자들이 폭력 수단을 독점한 국가의 비호 아래 인간 멸절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할 때, 우리는 이 책의 진중한 경고를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